"13억 인구의 저력이 무섭긴 무섭네요. 중국은 디자인 후진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몇년만 지나면 한국을 추월할 것 같더군요."

중국 상하이에서 최근 열린 한국 산업디자인전 '디자인코리아2006'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비행기편에서 디자인업체 인터메츠인사이트의 김은아 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건넨 말이다. 그는 "상하이 디자인센터 등을 둘러보니 가전제품의 경우 한국 제품을 흉내낸 흔적이 역력했지만 생활소품,가구는 매우 독창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 제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디자인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격차가 5년 정도 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2,3년도 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러한 상황 판단은 중국인이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디자인코리아 전시회장을 찾은 중국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한국 디자인은 분명 세계적 수준"이라고 칭찬한 뒤 "중국이 따라잡는데는 3년,길어야 5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토를 달고' 나오곤 했다.

중국인들의 이런 자신감은 무엇보다 정부가 '창의산업(디자인산업의 중국식 표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데서 비롯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주요 도시 30여곳에 창의센터를 설립,운영 중이며 베이징과 상하이 등 5개 도시는 아예 '디자인산업전략도시'로 지정,관련 기업에 임대료와 세금을 감면하는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인구 1400만명의 베이징에만 2만여개의 디자인회사가 성업 중일 정도다.

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의 디자인 관련학과 졸업생 수는 2003년 9000명에서 올해 3만여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도요타가 지난해 베이징에 디자인연구소를 설치하는 등 세계 각국의 투자가 잇따르는 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정국현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무는 "이런 성장세라면 얼마 안가 중국 디자인이 봇물 터지듯 세계로 밀려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지 않으면 중국에 추월당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영세 디자인업체에 대한 지원확대 등 저변을 넓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해요." 국내 한 디자이너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이상은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