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온·오프라인 업체 간 '짝짓기' 바람이 불고 있다.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차별화를 꾀하고자 하는 인터넷 쇼핑몰업체들과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려는 백화점들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입점 브랜드의 인터넷 진출을 막았던 백화점들이 '달라진 세상'에 맞춰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

유통업체-온라인 쇼핑몰 제휴 잇달아

대구백화점은 지난 9월 여성의류 27개,남성의류 7개,유아동의류 11개,침구·생활용품 6개,패션잡화 3개 등 자사 매장에 들어서 있는 총 54개 브랜드를 CJ몰에 입점시켰다.

CJ몰 관계자는 "여성의류는 대구백화점 입점 업체 중 90%가 온라인에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GS스퀘어 역시 작년 12월에 GS이숍과 손잡고 매달 3억원가량의 매출을 온라인에서 올리는 등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입점 업체들을 온라인 쇼핑몰로 적극 유도하고 있다.

H몰은 2004년 만해도 현대백화점 입점 브랜드(여성 의류)의 45%를 유치하는 데 그쳤으나 이 비율이 지난해 58%,올 11월 현재 64%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롯데닷컴은 여성의류와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98%가 온·오프라인에 동시 입점해 있다.

'짝짓기'가 활발한 가장 큰 이유는 양측 모두 손해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으로선 입점 업체가 내는 매출 수수료를 온라인 몰과 나눠갖더라도 온라인에서 벌어들이는 절대 금액의 증가분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전보다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온라인 몰들도 백화점이 아니면 유치하기 힘든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킬 수 있다.

입점브랜드들도 '효과 크다' 반색

백화점과 온라인몰들의 활발한 짝짓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만식 롯데닷컴 패션 담당은 "온라인에서의 성공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며 "롯데백화점과 롯데닷컴에 동시에 입점해 있는 여성 의류 '에고이스트'가 양 채널에서 매출 1위를 고수하는 등 입점업체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은 고급,온라인은 싸구려'라는 공식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자 치열한 '눈치 작전'도 전개되고 있다.

온라인 입점을 거부하던 유명 브랜드들이 온라인 전용 상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실제 영캐주얼 브랜드 상위 5위권 내에 있는 몇몇 업체들이 이 같은 시도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정체성 고수,온라인 시장을 통한 매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내놓은 제3의 전략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