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삼성그룹 인사 시즌이 개막된다.

삼성은 이달 말까지 계열사에 대한 실적평가,임직원들에 대한 인사고과를 마무리하고 개별적인 승진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그룹 인사는 매년 1월 둘째주 사장단 인사를 신호탄으로 시작된다.

특히 사장단 인사 직후 실시되는 임원 승진인사의 내용은 그룹 안팎의 최대 관심사다.

인사 규모가 무려 400명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자동차 골프업계는 물론 부동산 중개업자들까지 승진자 명단을 유심히 들여다볼 정도다.

하지만 내년에는 사장단 인사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질 전망이다.


그동안 사장단 교체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대폭적인 '물갈이'를 점치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공식 발표 전까지는 귀신도 모른다'는 것이 삼성 인사통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또 내년의 경우 상식과 관행을 좇아 인사를 실시하기에는 삼성이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들과 상충되는 측면이 너무 많아 고민스럽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지난 몇년간 사상 최대의 승진 잔치를 벌여온 데 따른 후유증이 인사팀에 몇 가지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어서다.


○'100 대 1 원칙' 깨지나

삼성은 직원 100명당 임원 1명을 둔다는 이른바 '100 대 1'의 인사원칙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현재 삼성의 국내 인력은 16만명.이 가운데 임원은 1800명(계약직 임원 포함)으로 이미 100 대 1이 깨진 상태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전체 임원 수가 2000명에 육박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재 연간 100명 안팎인 퇴출 임원 수가 15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적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경영원칙을 전제한다면 임원 퇴출폭 확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삼성 계열사들은 올해 경영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한 조직에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벌을 내리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내년도 신규임원 승진대상자는 올해와 비슷한 20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 이뤄질까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은 60세가 될 때까지만 중용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매년 이 얘기를 근거로 세대교체론을 점치는 전망들이 나왔다.

그러나 평가기준인 △경영실적 △주가 △핵심인재 영입실적 등에 하자가 없는데도 단지 60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물러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경영실패라고 간주할 만한 악재를 노출시킨 경영자 5∼6명은 교체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참 부사장들의 거취는

현재 삼성전자에는 사장 12명,부사장 38명이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사장승진 대상에 오르는 고참 부사장들은 최소 10명이 넘는다.

하지만 현재 사장들 가운데 교체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거의 없다.

더욱이 부사장 승진을 기다리는 전무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는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부사장들에 대한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려면 사장직을 더욱 폭넓게 배정하거나,기존 사장들을 무리하게 정리하거나,아니면 일부 고참 부사장들의 용퇴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부사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임원 관리체계 변화 오나

임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업무 분장 및 관련 예우 규정도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결재형이 아닌 실무형 임원이 급증하면서 임원과 직원 간 업무 중복 및 간섭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체 임원 숫자가 웬만한 중견기업 임직원을 합한 규모와 맞먹게 되면서 관련 예우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임원들에게 배정해야 할 골프 회원권 숫자가 달린다거나 임원 전용 치과에 한두 달씩 예약이 밀리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