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학서 신세계 사장과 정용진 경영지원실 부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신세계의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 간 협력경영 체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29일 구 사장과 정 부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임원 승진자 30명을 포함,총 54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전 계열사 CEO 유임

이번 인사로 7년 만에 사장에서 승진한 구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정 부회장이 부사장에서 2단계 승진하기는 했지만,직접 경영일선을 챙겨야 하는 '사장' 타이틀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에게는 '경영지원실 부회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져 아직은 행동반경이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했다.

구 부회장의 곁에서 좀더 경영수업을 받으라는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배려인 셈이다.

구 부회장 승진과 함께 전 계열사 대표이사를 유임시킨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올 한 해 월마트코리아 인수 등 사세 확장으로 경영 실적을 향상시킨 데 대한 보상과 함께 각 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오너가(家)의 의지가 녹아있다.

'차세대 주자'도 윤곽

이번 인사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구 부회장을 이을 차세대 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난 것.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이번에 경영지원실장으로 발탁된 허인철 부사장.허 부사장은 그룹 내 재무통으로 최근 월마트코리아 인수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공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일처리가 빈틈 없어 역시 재무통인 구 부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인물.

그룹 내에서 '포스트 구학서'가 거론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차세대 신세계를 이끌고 나갈 임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 부사장과 함께 박영철 지원본부장,박건현 죽전점장(이상 상무),심화섭 이마트부문 상무,박임동 신세계건설 상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해 차기 신세계를 이끌 임원들로 평가받고 있다.

이 중 박영철 부사장은 강남점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최초 여성임원 발탁


신세계는 그룹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임원을 발탁했다.

지난해 신설한 경영지원실 패션연구소의 손영선 부소장과 이마트부문 패션디자인실 권오향 실장을 각각 상무보로 승진시킨 것.백화점 패션부문을 대폭 강화해 롯데백화점과의 격차를 줄이고,신선식품에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워진 대형 마트에서도 의류 분야 매출을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인 셈이다.

또 백화점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본점과 죽전점장을 부사장급으로 전진 배치시켰고 중국 이마트사업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총괄임원을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