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시산업의 세계 경쟁력은 국내에서 지역·도시끼리 치열하게 벌여온 경쟁의 산물이다.

대개 정보통신전시회 '세빗(CeBIT)'이 열리는 하노버를 세계 전시산업의 '제1도시'로 꼽는 이들이 많은데 독일인들은 이점에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규모와 행사수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특정 분야에서는 자신들이 세계 최고의 전시회 주최지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전국 20개 이상의 도시(24개 전시센터)에서 1년 내내 평균 140~150개 국제전시회가 열린다.

거의 모든 주요 도시의 택시기사들이 그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 일정을 훤하게 꿰고 있을 정도.하노버 프랑크푸르트 쾰른 뒤셀도르프 뮌헨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이 경쟁주자다.

경쟁 원칙은 하나.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전시회만 살아남게 한다는 전략이다.

한 예로 마인강변의 프랑크푸르트와 옛 동독지역의 라이프치히는 모두 자동차와 서적 전시회를 연다.

일단 양쪽 다 프랑크푸르트의 승리로 세계적인 인지도가 훨씬 높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는 차별화 전략을 썼다.

승용차와 부품업체들이 대거 참가하는 프랑크푸르트는 기업 대 기업간(B2B) 전시회에 치중하는 대신 BMW와 포르쉐의 공장이 들어선 라이프치히는 일반 소비자들과 도·소매상들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수입차들을 대거 전시하는 것.최근에는 'GC(게임쇼)'가 차세대 주자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 간 자율경쟁은 자연스럽게 지역마다 자신 있는 산업분야로 컨벤션산업을 특화하도록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