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일정 논의 못해.."연내 6자회담 개최 불확실"

북미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29일 베이징에서 이틀째 만나 회담 재개를 위한 쟁점들을 논의했지만 미국이 제시한 초기 핵폐기 관련 이행조치에 대해 북한이 유보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별다른 합의 없이 회동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미측의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차기 6자회담이 연내에 개최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베이징과 서울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에 이어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약 6시간여 회동했지만 회담 재개 일정 등에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미국은 핵시설 동결 및 핵 프로그램 신고 등 북한이 차기 6자회담에서 약속해야할 초기 핵폐기 조치를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즉답을 회피한 채 `귀국 후 검토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미측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라 `검토가 덜 되었으니 돌아가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힐 차관보가 북측에 제시한 초기 이행조치에는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시설 동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 수용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핵관련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미국 등 관련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방코 델타 아시아(BDA) 은행을 통한 대북 금융제재 등 모든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핵폐기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양측은 회담 재개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김 부상 귀국 후 북한이 미측 제안에 어떤 입장을 피력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연내 6자회담 개최가 확실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꿀 경우 30일 추가 협의를 가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힐 차관보는 북한과의 추가 회동 없이 30일 오전 워싱턴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9~30일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북미 회동이 예정된 시간을 넘김에 따라 서울행을 취소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북한과 미국, 중국 등 3국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가능한 조속히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외교부는 "3개국 대표들이 수 차례의 3자 또는 양자 협상을 갖고 6자회담 프로세스 추진에 관해 솔직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해 상호 이해를 증진시켰다"며 "3개국이 다음 단계의 6자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고 (이 회담에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룩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서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