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사장의 마케팅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금도 1년에 절반 정도를 해외에 머무르며 굵직한 계약들을 따낸다.

과거 애니콜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시절,품질에 의구심을 갖는 바이어 앞에서 휴대폰을 바닥에 내동댕이 친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죽어라고 내리쳐도 통화 품질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사장은 예나 지금이나 거침없고 활달한 영업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이 사장에게 왜 저가 휴대폰을 팔지 않느냐고,그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사장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안 파는 것도 마케팅"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팔 수 없는 형편이라면 안 파는 게 상책이지.그걸 안 판다고 미래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가 휴대폰을 만들려면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해야 하는데,그게 싫다고 했다.

"지금 수출하는 휴대폰의 70%를 국내에서 만든다.

물론 중국에서 만들면 생산 단가는 훨씬 낮출 수 있겠지.하지만 국내 산업은 어떻게 하나.

우리한테 목 매달고 있는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휴대폰 고가 전략은 삼성전자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생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10년 후에도 애니콜이 지금과 같은 위상과 브랜드 파워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특유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삼성 제품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잘 하고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예스'하면 10년 후를 잘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제품 말고 연구개발과 인재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예스'라는 대답을 할 수 있으면 다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