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에 나서는 것 만큼이나 떨리네요.

선수 때 경험을 살려 TV를 보시는 분들이 쉽게 탁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둘 생각입니다"
제15회 아시안게임에서 SBS-TV 해설자 깜짝 데뷔할 왕년의 `핑퐁여왕' 양영자(42)씨는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

지난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녹색 테이블의 스타'였지만 1989년 은퇴 후 오래 탁구와 인연을 끊고 생활하다 15년여 만에 처음으로 해설을 맡았기 때문이다.

양씨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현재 대표팀 사령탑 현정화 감독과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고 단식은 물론이고 현 감독과 호흡을 맞춘 복식,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과 출전한 혼합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수확한 여자 간판이었다.

`87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와 `88서울올림픽에서 복식 금메달 쾌거를 이뤄 현정화와 세계 최고의 명콤비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1997년 선교사의 길을 선택한 남편을 따라 몽골로 홀연 떠났고 지난 2월 1년6개월여 안식년 휴가를 얻어 귀국했다.

국내에서 재충전 시간을 보내던 양씨는 SBS 해설을 맡아왔던 정현숙 단양군청 탁구팀 감독이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장으로 발탁되면서 정 단장의 간곡한 요청을 못 이겨 방송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의 데뷔는 3일(한국시간) 밤 남녀 단체전 결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녀 대표팀 모두 4강에 올라 한국이 결승에서 중국과 맞붙는 빅매치를 해설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탁구와 떨어져 있었던 양씨는 지난 달 29일과 30일 탁구 경기장인 알 아라비 인도어홀을 찾아 까마득한 후배 선수들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후배 현정화 감독과 재회했고 한 때 몽골에서 머물 때 짬을 내 지도했던 몽골 선수들과도 만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양씨는 "몽골 선수들이 한국과 경기 전에 살살 하도록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몽골이 예선리그에서 한국에 0-3으로 지자 봐주지 않았다며 나에게 애교 섞인 불만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어 "정화와 복식 금메달을 땄던 서울올림픽에서 큰 점수 차로 이겼지만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 결승에서는 세트 스코어 1-1 19-19 동점 끝에 21-19로 이기고 우승해 감격이 가장 컸다.

한국 여자는 세계 최강 중국과 준결승이 예정돼 있는데 정화가 잘 해서 결승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재형 대한항공 감독은 KBS 마이크를 잡고, 구수한 입담으로 정평이 난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은 MBC 해설자석을 지킨다.

명해설가들과 입담 경쟁을 벌일 양씨가 어떤 해설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을지 기대된다.

(도하=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