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마른 잎도

한때는 새였던 거다

너무 높게 올라가 무거워진 몸

조용히 쉬고 있는 거다

허공과 맞닿은 자리에 연둣빛

새싹으로 태어나

세상 바깥으로 깃을 펴고 날던 꿈

곱게 접어 말리고 있는 거다

한여름의 열기로

속살까지 벌겋게 물들이던 꿈,꾸는 건

가슴 한쪽에 돋는 가시를 품고 뒹구는 일

아득한 생(生)의 허기를 쥐고 흔드는 일

뼛속까지 비워서야 알았다는 듯

숨 고르고 있는 거다

물기 없는 노래로

풀어내고 있는 게다,겨울 하늘에

-신덕룡 '고요'전문



헐벗은 나뭇가지 끝에 마른 잎이 매달려 있다.

새싹으로 태어나 한때 눈부신 꿈을 피워올렸지만 이젠 찬바람을 맞으며 고요하게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모든 비상은 추락을 예비하고 있다.

그래서 꿈을 꾸는 것은 '가슴 한쪽에 가시를 품고 뒹구는 일'이다.

우리가 그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결국 뼛속까지 비워낸 후에야 깨닫는다.

마음의 '고요'는 그 다음에 오고….가지 끝에 매달린 마른 잎에서 시인은 그것을 보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