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문화기술 개발없인 콘텐츠산업 성장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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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극장가를 휩쓴 영화 '괴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송강호 아닙니까."
"틀렸어요. 괴물입니다."
여기까지 얘기할 때만 해도 난센스 퀴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달랐다.
영화 '괴물'의 총 제작비 150억원 가운데 극장 개봉을 위한 P&A(Print and Advertising) 비용 35억원을 뺀 순제작비는 115억원.이 가운데 50억원을 괴물의 컴퓨터그래픽(CG)을 만드는 데 들였으니 괴물이 주인공 아니냐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괴물의 CG를 우리 기술로는 만들 수 없어서 뉴질랜드와 미국팀에 맡겼다는 것.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문화기술(CT)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우리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총괄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5년여 동안 이끌어온 서병문 원장(58)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도사'로 불린다.
어딜 가나 '문화콘텐츠산업 부국론(富國論)'을 설파하기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류 붐을 탄 드라마와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국산 캐릭터와 만화,애니메이션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고 있고 서 원장이 주창한 문화원형 개발사업은 다른 기관에서도 탐을 내는 인기 품목이 됐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창작기반 조성과 수출 지원,전문인력 양성,CT개발 지원 등으로 분주한 그를 만나 문화콘텐츠산업의 현황과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전망 등을 들어봤다.
―지난해에는 문화콘텐츠산업 수출이 10억달러를 돌파해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수출은 어떤가요.
"문화콘텐츠 수출은 최근 4~5년 사이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만 올해는 완만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 등지에서 외국 콘텐츠에 대한 규제 또는 견제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던 게임산업의 수출이 많이 줄었어요.
중국시장 점유율이 40~50%에 이르던 온라인게임의 경우 중국이 자체 개발한 게임이 늘면서 최근에는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졌거든요.
한류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로지 콘텐츠의 질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공동기획,공동투자 등의 새로운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빨리 정착시켜야 합니다.
또한 드라마·영화·음악만으로 아시아 시장 위주로 공략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만화 등으로 수출 장르를 넓히고 시장도 유럽 미주 러시아 중동 등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해야 해요."
―최근 휴대전화 가입자가 4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모바일콘텐츠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휴대전화를 통한 콘텐츠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모바일콘텐츠는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상품으로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매출액 10조1610억원 가운데 콘텐츠 매출이 2조4590억원입니다.
2001년 5%였던 매출 비중이 26.6%로 급증한 것이죠.통화료 매출은 더 이상 늘기 어렵지만 콘텐츠 매출 비중은 곧 30%를 넘을 거라고 합니다.
이 같은 잠재력을 수출역량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 문화원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화관광부도 지난달 하순 '민족문화 원형 발굴 및 정체성 정립 계획'을 발표했고요.
"문화원형 개발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비난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5년 동안 매년 100억원씩 문화원형 사업에 투자해왔는데,왜 그렇게 많은 돈을 거기에 퍼붓느냐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사업시행 3년차부터 성과가 나기 시작해 지금은 문화관광부 산하 모든 기관이 문화원형 사업을 하겠다며 나서는 형편입니다.
올해 흥행 대박을 터뜨린 영화 '왕의 남자'는 조선왕조실록의 '공길'이라는 인물 기록에서 출발한 것인데,경복궁·한양 등에 관한 문화원형 콘텐츠를 활용해 콘텐츠의 질이 한층 높아졌지요.
드라마 '주몽'이나 '황진이'도 다 문화원형으로 만들었어요.
거기에 나오는 삼족오나 '황진이'의 기녀문화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급부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서두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CT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괴물'의 CG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한국 영화는 물론 외국에서도 주문이 올텐데 이런 걸 외국에다 맡겨야 하니 기가 찰 노릇이죠.뉴질랜드의 경우 '반지의 제왕'을 계기로 할리우드를 대신하는 특수효과 및 영화 후반작업 기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어요.
CT는 콘텐츠의 질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고,시장규모도 엄청나거든요.
스케치만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든가 청각장애아동의 구화교육을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기술 등 지난달 중순 열린 'CT기술개발 전시 및 발표회'에 소개된 기술들이 이를 말해줍니다."
―CT에 관한 중장기적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어떤 CT기술이 필요한지,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등의 로드맵을 3년 전부터 만들어왔는데,이번 연말에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이것을 더 보완하고 세분화해 내년부터 과제를 공모할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감성기술,오감체험형 기술입니다.
예컨대 내가 외출했다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면 방에 들어섰을 때 기분이 풀리는 음악을 자동적으로 틀어준다든지,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뉴스를 찾아서 틀어준다든지 하는 것이 그런 기술입니다."
―방송·통신 융합이 본격화되면 문화콘텐츠 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내년은 아마 콘텐츠산업의 격동기가 될 것입니다.
방통 융합이 본격화되면 콘텐츠 시장은 격변이 불가피하고 콘텐츠산업의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겁니다.
특히 약 1000개의 채널을 자랑하는 IP TV의 출현에서 보듯이 콘텐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거든요.
SK텔레콤 KT 하나로통신 LG그룹 KTF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이런 변화를 예측했기 때문이죠.특히 공중파 방송을 재탕하거나 외국 콘텐츠를 수입하던 데서 벗어나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어 방통 융합시대 콘텐츠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방통 융합 기구의 내년 출범을 앞두고 콘텐츠 진흥업무의 소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문화콘텐츠는 당연히 문화부가 총괄해야 합니다.
만화·애니메이션·음악·공연·캐릭터·영화·방송 등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산업입니다.
기술만으로 될 일이 아니지요.
'디지털 콘텐츠'라는 말 자체가 난센스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음악에 디지털,아날로그가 따로 있나요.
기술을 담당하는 쪽에서 콘텐츠를 관할한다는 것은 그릇 만드는 사람이 요리를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방통 융합은 기술의 융합이지 콘텐츠의 융합은 아니거든요.
당연히 문화를 총괄하는 문화부가 콘텐츠 전반을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서화동·사진=강은구 기자 fireboy@hankyung.com
"송강호 아닙니까."
"틀렸어요. 괴물입니다."
여기까지 얘기할 때만 해도 난센스 퀴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달랐다.
영화 '괴물'의 총 제작비 150억원 가운데 극장 개봉을 위한 P&A(Print and Advertising) 비용 35억원을 뺀 순제작비는 115억원.이 가운데 50억원을 괴물의 컴퓨터그래픽(CG)을 만드는 데 들였으니 괴물이 주인공 아니냐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괴물의 CG를 우리 기술로는 만들 수 없어서 뉴질랜드와 미국팀에 맡겼다는 것.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문화기술(CT)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우리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총괄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5년여 동안 이끌어온 서병문 원장(58)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도사'로 불린다.
어딜 가나 '문화콘텐츠산업 부국론(富國論)'을 설파하기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류 붐을 탄 드라마와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국산 캐릭터와 만화,애니메이션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고 있고 서 원장이 주창한 문화원형 개발사업은 다른 기관에서도 탐을 내는 인기 품목이 됐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창작기반 조성과 수출 지원,전문인력 양성,CT개발 지원 등으로 분주한 그를 만나 문화콘텐츠산업의 현황과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전망 등을 들어봤다.
―지난해에는 문화콘텐츠산업 수출이 10억달러를 돌파해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수출은 어떤가요.
"문화콘텐츠 수출은 최근 4~5년 사이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만 올해는 완만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 등지에서 외국 콘텐츠에 대한 규제 또는 견제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던 게임산업의 수출이 많이 줄었어요.
중국시장 점유율이 40~50%에 이르던 온라인게임의 경우 중국이 자체 개발한 게임이 늘면서 최근에는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졌거든요.
한류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로지 콘텐츠의 질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공동기획,공동투자 등의 새로운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빨리 정착시켜야 합니다.
또한 드라마·영화·음악만으로 아시아 시장 위주로 공략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만화 등으로 수출 장르를 넓히고 시장도 유럽 미주 러시아 중동 등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해야 해요."
―최근 휴대전화 가입자가 4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모바일콘텐츠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휴대전화를 통한 콘텐츠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모바일콘텐츠는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상품으로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매출액 10조1610억원 가운데 콘텐츠 매출이 2조4590억원입니다.
2001년 5%였던 매출 비중이 26.6%로 급증한 것이죠.통화료 매출은 더 이상 늘기 어렵지만 콘텐츠 매출 비중은 곧 30%를 넘을 거라고 합니다.
이 같은 잠재력을 수출역량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 문화원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화관광부도 지난달 하순 '민족문화 원형 발굴 및 정체성 정립 계획'을 발표했고요.
"문화원형 개발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비난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5년 동안 매년 100억원씩 문화원형 사업에 투자해왔는데,왜 그렇게 많은 돈을 거기에 퍼붓느냐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사업시행 3년차부터 성과가 나기 시작해 지금은 문화관광부 산하 모든 기관이 문화원형 사업을 하겠다며 나서는 형편입니다.
올해 흥행 대박을 터뜨린 영화 '왕의 남자'는 조선왕조실록의 '공길'이라는 인물 기록에서 출발한 것인데,경복궁·한양 등에 관한 문화원형 콘텐츠를 활용해 콘텐츠의 질이 한층 높아졌지요.
드라마 '주몽'이나 '황진이'도 다 문화원형으로 만들었어요.
거기에 나오는 삼족오나 '황진이'의 기녀문화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급부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서두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CT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괴물'의 CG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한국 영화는 물론 외국에서도 주문이 올텐데 이런 걸 외국에다 맡겨야 하니 기가 찰 노릇이죠.뉴질랜드의 경우 '반지의 제왕'을 계기로 할리우드를 대신하는 특수효과 및 영화 후반작업 기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어요.
CT는 콘텐츠의 질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고,시장규모도 엄청나거든요.
스케치만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든가 청각장애아동의 구화교육을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기술 등 지난달 중순 열린 'CT기술개발 전시 및 발표회'에 소개된 기술들이 이를 말해줍니다."
―CT에 관한 중장기적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어떤 CT기술이 필요한지,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등의 로드맵을 3년 전부터 만들어왔는데,이번 연말에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이것을 더 보완하고 세분화해 내년부터 과제를 공모할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감성기술,오감체험형 기술입니다.
예컨대 내가 외출했다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면 방에 들어섰을 때 기분이 풀리는 음악을 자동적으로 틀어준다든지,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뉴스를 찾아서 틀어준다든지 하는 것이 그런 기술입니다."
―방송·통신 융합이 본격화되면 문화콘텐츠 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내년은 아마 콘텐츠산업의 격동기가 될 것입니다.
방통 융합이 본격화되면 콘텐츠 시장은 격변이 불가피하고 콘텐츠산업의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겁니다.
특히 약 1000개의 채널을 자랑하는 IP TV의 출현에서 보듯이 콘텐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거든요.
SK텔레콤 KT 하나로통신 LG그룹 KTF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이런 변화를 예측했기 때문이죠.특히 공중파 방송을 재탕하거나 외국 콘텐츠를 수입하던 데서 벗어나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어 방통 융합시대 콘텐츠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방통 융합 기구의 내년 출범을 앞두고 콘텐츠 진흥업무의 소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문화콘텐츠는 당연히 문화부가 총괄해야 합니다.
만화·애니메이션·음악·공연·캐릭터·영화·방송 등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산업입니다.
기술만으로 될 일이 아니지요.
'디지털 콘텐츠'라는 말 자체가 난센스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음악에 디지털,아날로그가 따로 있나요.
기술을 담당하는 쪽에서 콘텐츠를 관할한다는 것은 그릇 만드는 사람이 요리를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방통 융합은 기술의 융합이지 콘텐츠의 융합은 아니거든요.
당연히 문화를 총괄하는 문화부가 콘텐츠 전반을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서화동·사진=강은구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