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임원 정기인사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12월이나 이듬해 1월에 집중됐던 재계의 인사가 올 들어선 11월부터 시작된 것.원화 강세 및 고유가 현상,북한 핵실험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라는 '메가톤급' 변수도 있는 만큼 '2007년 경영체제'를 서둘러 확립함으로써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자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파라다이스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데 이어 SK 한화 등도 임원인사를 조기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27일 임원인사를 단행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 들어 10월 말에 사장급 이상 인사를 한 뒤 지난달 30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를 추가 실시했다.

사장급 이상 인사 시점을 기준으로 작년보다 한 달가량 빨라진 셈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새로 선임된 CEO(최고경영자)가 후속 임원 인사 및 내년도 사업계획을 직접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CEO가 자신과 호흡을 맞출 임원들을 직접 선발하는 만큼 책임경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작년보다 보름 이상 앞선 지난달 말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관계자는 "변수가 워낙 많은 2007년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임원 인사를 조기에 확정지었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올 2월 정규 임원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10개월 만에 또다시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예년에 비해 무려 두 달이나 빠른 것이다.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를 다잡고 연초부터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신세계그룹과 애경그룹도 이런 점을 감안해 몇년 전부터 12월 초에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

매년 초에 임원 인사를 단행하던 SK그룹과 한화그룹도 이달 중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은 2005년 임원인사를 그 해 3월에 실시한 데 이어 올해 인사는 지난 1월에 시행하는 등 최근 들어 임원 인사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임원 인사는 이르면 이달 말께 이뤄질 것"이라며 "경쟁 업체보다 한 해의 출발을 먼저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역시 임원 인사 시기를 2005년 3월(2005년 인사)→2006년 2월(2006년 인사)→2006년 12월(2007년 인사)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부그룹은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로 나눠 각각 4월과 9월에 실시하던 임원 인사를 올해부터 12월 한 차례로 끝낼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기 인사는 예년처럼 연말 또는 연초에 할 계획이지만,최근 박승하 다이모스 사장을 현대제철 사장으로 전보발령하는 등 주요 임원 인사는 수시로 단행하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예년처럼 각각 1월 둘째주와 12월 중순께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 살림을 책임질 경영진을 서둘러 구성하는 이유는 내년 경영 여건이 그만큼 어렵다는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장창민·차기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