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이나 이색 펀드 등 금융신상품이 '고수익'을 내걸고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향후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고수익이 기대되는 공모주시장은 다시 불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중 부동자금의 물꼬가 부동산쪽으로 차단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부동자금의 중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동자금

단기 부동자금의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일 한국은행의 '상반기 중 금융부문의 금융거래 특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과 증권기관을 포함한 전체 금융기관의 단기예금은 58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544조원보다 36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은행권의 전체 예금에서 단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말 54.7%에서 지난해 말 60.0%,올 6월 말에는 60.8%까지 상승했다.

전체 금융기관의 단기 예금 비중도 2004년 말 46.5%에서 지난해 말 50.8%,지난 6월 말 51.5%로 높아졌다.

한국은행 박종남 경제통계국 과장은 "수시입출식 예금이나 1년 미만의 정기예금 등 단기저축성 예금에 자금이 유입된 때문"이라며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끈 달아오른 공모주 시장

최근 달아오른 공모주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갈 곳 모르는 자금들이 주식 관련 시장에 몰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식을 직접 사는 것 보단 보다 안전한 공모주시장에 먼저 발을 담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투자금융(IB) 활성화 방안에 따라 공모주 개인 의무배정을 폐지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얼마 안 남은 투자 기회를 살리려는 자금도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모를 통해 증시에 상장된 새내기주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공모주 투자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들의 주가는 공모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크레듀는 119.2%,에스에이티는 59.6%,큐에스아이는 13.3% 올랐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지난 8월 이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6개 종목 중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종목은 이녹스가 유일하다"면서 "일반적으로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낮은 편이어서 투자 매력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색펀드에도 뭉칫돈

해외펀드와 유전펀드 등 틈새 이색상품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틈을 타 시중자금은 해외펀드로 몰려 투자액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주 선보인 최대 규모의 실물펀드인 '유전개발펀드 1호'는 이틀이라는 짧은 공모기간에도 불구하고 목표액 1240억원의 3배가 넘는 387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또 베트남 장외주식과 기업공개(IPO)시장에 투자하는 이색상품으로 한국증권이 지난 6월부터 선보인 '베트남 1호펀드'와 베트남적립식펀드는 조기마감하며 2000억원 정도의 돈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에 고무돼 지난달 말 내놓은 '베트남 2호'도 벌써 990억원어치가 팔려 판매시한인 내년 1월 말 이전에 조기 마감이 예상된다.

유전개발펀드의 경우 5년 동안 자금이 묶인다는 제약에도 불구 자금이 대거 몰린 것은 그만큼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투자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다양한 상품 개발과 더불어 시중 뭉칫돈을 제도권 내 중장기 투자로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완·서정환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