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주택을 반값에 공급하기 위한 각종 제도 개선 방안을 경쟁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주택공급체계를 정부가 공공택지의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꿔 아파트(건물+토지)를 30~40% 싸게 분양하되 전매를 금지하는 이른바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집주인이 되팔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가격으로 정부가 환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한나라당은 토지를 뺀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는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제안들은 요즘 집값 급등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깊어지면서 한층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안은 대부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공급 제도를 '부분적으로 본 뜬' 것이어서 과연 싱가포르식 효과가 있을지는 물론이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조차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싼 분양가 대신 5년간 전매제한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요체는 공공주택을 싸게 분양하는 대신 5년간 시세차익을 거두지 못하게 매매를 제한하고,그후에는 전매를 허용하되 차익의 최대 25%를 환수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공급은 '영구 임대'가 아닌 '일반 분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체 공공주택의 94%는 서민층에 일정한 절차를 통해 분양된다.

이렇게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는 민간 주택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6%의 공공주택은 한국 임대주택과 유사한 '임대형(정부 소유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이들 주택은 최소 관리비만 월세로 내면 된다.

공공분양 주택은 '전매금지 환매(환매조건부 분양)제도'에 따라 일정 기간 일반인에게 전매를 할 수가 없게 금지돼 있다.

신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5년 이내에 주택을 팔려면 주택개발청(HDB)에만 되팔 수 있다.

전매금지 기간에 집을 팔면 집값을 시세보다 훨씬 싸게 친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 5년 동안 주택을 보유하라는 의미다.

5년이 지났을 경우엔 시중에 팔 수 있다.

이 때는 시세차익의 10~25%를 주택개발청에 내고 나머지는 챙길 수 있다.

○주택개발청이 전매·가격관리

싱가포르가 이 같은 공공주택제도를 본격 도입한 것은 1960년부터다.

당시 심각한 주택난 해결을 위해 주택개발청을 설립하고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중앙연금준비기금(CPF)'을 통해 자금을 지원,공공주택을 공급하고 나선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비중은 전체의 85%로 민간주택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 싱가포르 국민의 85% 이상이 공공주택에 살고 있다.

싱가포르도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1971년 '최초 공공주택 구매 5년 이후 민간 전매'를 허용한 이후 외환위기 직전이었던 90년대 중반 공공주택 투기 열풍으로 민간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

이를 계기로 싱가포르 정부는 주택 수요자들에 대해 일생 동안 단 2회만 공공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허용했고,재판매된 공공주택을 매입했을 경우도 최소 2년6개월 이상 의무거주를 하도록 했다.

특히 주택개발청은 공공주택의 가격 급등 방지를 위해 철저한 중개업무를 수행한다.

시장에서 재판매되는 모든 주택의 물량을 통제하고 매매가격의 적정성을 따지며 매수자를 가려 중개를 해준다.

따라서 공공주택의 거래는 매도자들의 경우 매도희망가격을 주택개발청에 신고하고,매수자는 주택청에 매수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격 허위기재 등으로 법을 어기면 강력한 처벌(벌금 또는 6개월~3년 징역)이 뒤따른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