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커크 커코리언(89)이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커코리언의 투자회사인 트라신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M 주식 2800만주를 8억3860만달러(주당 29.95달러)에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했다. 트라신다는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GM 주식 1400만주를 4억6200만달러(주당 33달러)에,29일엔 1400만주를 4억250만달러(주당 28.75달러)에 각각 처분했다. 이로써 커코리언은 자신이 가졌던 GM 주식 5600만주(지분율 9.9%)를 1년7개월 만에 모두 팔아치웠다.

커코리언은 작년 4월까지 15억2100만달러를 들여 GM 지분 9.9%를 확보했다. 그후 르노-닛산과 GM의 제휴를 제안하는 등 경영에 적극 간섭해 왔다. 그러나 릭 왜고너 GM 회장이 제휴를 거부하자 '승산이 없는 게임'으로 보고 미련없이 손을 털었다.

커코리언이 패배한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그는 이 과정에서 1억8210달러의 이익을 남겨 타고난 도박사의 기질을 보여줬다. 월가에서는 커코리언이 GM에서 완전 철수했지만 관심마저 거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GM의 주가가 급락하거나 경영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때 다시 한번 GM을 공략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커코리언은 GM 주식을 매각한 돈을 자신이 1대주주로 있는 MGM미라지의 주식 1500만주(5.3%)를 매입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매입 가격은 주당 55달러로 8억2500만달러가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커코리언의 MGM 지분율은 현재 56.3%에서 61.6%로 높아진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