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은퇴 생활의 보루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내년 국민 1인당 지불하는 보험료는 연간 212만6000원(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포함).4인 가족을 기준으로 연 85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공적보험을 제외한 사보험의 경우 일시적인 기분이나 권유에 못 이겨 가입할 뿐 노후에 대비한 체계적인 보험 설계는 미흡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보험 해지율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신계약 대비 해지비율은 최고 14%(다이렉트 보험 기준)로 미국(6~7%)의 2배 수준이었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보험도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과거 목적 없이 보험에 가입해 지나치게 중복 보장된 부분은 없는지,가족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보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험해지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상해골절을 모두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상해보험.'

보험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이런 광고에 현혹돼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가입하다 보니 보험상품이 건강보험과 상해보험 위주로 구성돼 있다.

2004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재해로 사망할 확률은 8.3%에 그친 데 비해 일반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91.7%에 달했다.

하지만 재해 대비에만 치중해 일반사망에 대한 보장은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보험의 경우도 주변의 강요성 권유 탓에 보장범위가 좁고 싼 것을 여러 개 가입한 가정이 많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중복 가입 등 불가피한 경우엔 기존 불입분의 상당액을 포기하는 손실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해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는 초반 해지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보험 해지시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보장기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휴일 교통보험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보장해주는 사망보험,보장의 범위는 넓지만 보장금액이 지나치게 적어 도움이 되지 않은 보험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시에 발생 확률이 높은 사고 위주로 보험료를 집중해야 한다.

가장들은 은퇴설계를 하면서 정작 자신의 유고시를 대비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보험 리모델링의 첫 걸음은 가장 유고시 가족 생활에 필요한 사망보장 내용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삼성생명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사망에 대한 보장이 전무한 고객이 전체 840만명 고객 중 214만명(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재해사망 5억원 보장' '상해사고사망 2억원 보장' 등 재해보장성보험을 선호한 결과인 셈이다.

재해보장보험만으로 사망원인의 91.7%를 차지하는 일반사망에 대비할 수 없다.

특히 20,30대에는 재해사망 확률과 일반사망의 확률이 비슷하지만,40대에 이르면 '일반사망'의 확률이 급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사망의 원인을 따지지 않고 모든 사망의 경우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일반사망보장 금액이 얼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건강보험도 되도록 보장기한이 80세를 넘는 상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배우자와 함께 설계하라

한국인의 평균 수명추세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7년 정도 길다.

남편과 아내의 나이차를 감안하면 남편 사망 뒤 부인이 홀로 살아야 할 기간은 10년이 넘는다.

부부가 함께 보험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홀로 남은 아내의 생활비는 부부가 공동으로 살던 생활비의 60%로 계산하면 적당하다.

남성들이 가입한 종신보험은 대부분 남편 사망시 보험금 수령인을 법정 상속인으로 해두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사망보험 수익자로 아내를 지정해야 남편 사망시 지급되는 보험금을 부인이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계약도 함께 해야 효력이 있다.

아내가 질병에 걸리거나 노환으로 사망하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2005년에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45세 한국 남성의 대표적인 사망원인은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고혈압성 질환 등이다.

45세 여성의 경우는 암으로 인한 사망확률이 남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중풍 고혈압 등 순환기계통 질환으로 인한 사망확률이 높다.

남성과 여성의 건강보험 보장범위가 달라야 하는 이유다.

보험은 어렵다.

보험회사를 찾아가 설계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 리모델링하는 게 또 다른 해지를 막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도움말=삼성생명 FP센터 조재영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