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제약업계의 '의약품 보험약가 인하폭 축소 건의'를 받아들여 보건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 제시한 권고안이 오히려 국내 제약사 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규개위는 최근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가격 20% 인하안'에 대해서만 인하폭을 축소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제네릭 의약품 비중이 높은 한미약품 종근당 등은 환영하는 반면,오리지널 의약품(라이선스 인 제품 포함) 비중이 높은 대웅제약 등은 내심 떨떠름한 표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규개위는 지난달 23일 개최한 본회의에서 복지부가 제출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 20% 인하안은 그대로 유지하되,이와 연동해 제네릭 의약품 가격도 20% 인하키로 한 것은 인하폭을 축소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약협회가 "제네릭 의약품 약값이 5% 이상 인하되면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하소연한 것을 규개위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규개위의 결정에 대한 개별 제약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내 상위 제약사 중 제네릭 의약품 비중이 50% 내외에 달하는 한미약품이나 종근당 등은 규개위 안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자체가 국내 제약산업 전체에 위협적인 것"이라면서도 "그나마 제네릭 의약품 가격 인하폭이 줄어들게 된 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종근당 관계자도 "가격 인하폭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인하폭이 줄어든 것은 규개위가 제약업계의 현실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사들은 불만스러운 모습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이 85%로 가장 높은 대웅제약 관계자는 "규개위 안에 대해 개별 제약사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제네릭 의약품 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인하되면 대웅제약 등이 다소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 간의 이 같은 갈등 기류에 대해 제약협회도 당혹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규개위가 제시한 안에 대해 열흘이 넘도록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열린 제약협회 이사장단사 회의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국내 업체측이 오리지널 약가를 방어하지 못한 협회측에 불만을 제기해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제약협회가 제네릭 약가 방어에만 치중해 결과적으로 오리지널 약가만 원안대로 인하됐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