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15일 개막되는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 한국주빈국 본행사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 아르코주빈국조직위원회(위원장 박광진)와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조직위원회 측이 주빈국 본행사에 참여할 화랑과 작가 선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일부 화랑들이 선정 기준에 불만을 토로하는 등 안팎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아르코아트페어를 불과 60여일 앞둔 시점에서 일고 있는 이 같은 갈등에 대해 한국 미술계의 위상 추락과 함께 집단 불참론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루르데스 스페인아르코아트페어조직위원장이 화랑과 작가 선정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의 주빈국 행사를 취소하겠다고 밝혀 한·스페인 '문화마찰'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심화되는 갈등=스페인 아르코조직위원회가 한국의 화랑과 작가 선정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일일이 간섭하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아르코아트페어를 비엔날레처럼 꾸미려고 하다 보니 실험적인 현대미술작가들만을 일방적으로 '고집'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측은 한국 측이 선정한 일부 작가의 참여를 거부하는가 하면 스페인 조직위원 앙헬라 몰리나씨가 지난 7월과 11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9개 화랑과 작가 20명을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한국아르코주빈국조직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 "작가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아트페어는 화랑을 중심으로 움직여야하는 데도 스페인 측의 무리한 '고집' 때문에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달호 사무국장은 "앙헬라가 뽑은 작가를 기준으로 최종 화랑과 작가 리스트를 작성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당초 확정된 15개 화랑 22명을 밀고나가되 불참 작가는 대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인과 파장=한·스페인 갈등은 지난 6월 본전시를 지휘해 온 김선정 한국 측 커미셔너와 기획자들의 총사퇴 이후 시작됐다는 것이 미술계의 관측이다.

당시 김씨가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가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아 사퇴한다"고 밝힌 뒤 한국정부와 미술계에 대한 스페인 측의 불신이 이어졌다.

커미셔너직을 사퇴한 김씨가 본전시와는 별도로 '반(anti) 아르코' 행사를 추진했던 것도 한 요인.한국 조직위회가 선정한 본행사 참가 화랑 15개와 작가 22명 중 김범 조승호 오인환 서도호 등 4~5명이 '반(anti) 아르코' 참가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불참을 선언한 것.실제 김씨는 아르코아트페어 행사장 주변에 별도의 기획전을 준비했으나 전시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서울에서 기획전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랑업계 반발=조선화랑을 비롯해 예화랑 표화랑 줄리아나갤러리 명갤러리등 아르코아트페어에서 제외된 화랑들은 스페인 측과 한국화랑협회가 '밀실담합'을 통해 화랑과 작가를 선정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미연 줄리아나갤러리 대표는 "작년에 스페인 국왕 문화훈장까지 받은 화랑으로서 아르코아트페어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국화랑협회가 아르코주빈국조직위원회 측과 함께 화랑들에 이를 해명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