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07년 경제전망'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한 것 이상의 화두를 던져놓았다.

우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2%에 불과하게 됐다는 것이다.

2002년 말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7% 성장'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다.

올해 5.0% 성장으로 단 한번 5% 선에 턱걸이하는 것으로 이번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마감해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저성장이 가계채무조정 등 일시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성장동력이 구조적으로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한은의 주장이다.

내수유발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는 국내 산업구조와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정부의 규제 지속과 해외소비지출 증가 등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한은은 주장했다.

한은은 한발 더 나아가 내년 4.4% 성장하는 것은 적절한 수준으로 봤다.

내년 상반기부터 성장 속도가 다시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주장해온 정치권 또는 정부와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4.4%는 괜찮은 성장률"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4.4%는 괜찮은 성장"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성장률을 평균해 보면 4% 중반 정도가 나오는데,이 수치를 잠재성장률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내년에 4.4% 성장하는 것이 괜찮다는 의미는 잠재성장률과 비슷하게 간다는 차원의 의미일 뿐이며 고용 등 다른 문제를 볼 때 4%대 성장에 만족할 것이냐 하는 점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은 역시 4.4% 경제성장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성장에 대한 한은의 처방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한은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지출 확대 또는 금리인하와 같은 총수요 확대정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거나 기술개발을 하는 등 공급측면의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년 경기회복 지속?

한은은 성장동력 훼손으로 인해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국내 경제는 사이클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큰 흐름으로 보면 국내 경제가 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지만 경기순환 측면만 놓고 보면 경기가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내년 경기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한은도 인정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냉각될 수 있고,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다소 침체됐던 경기가 내년 상반기 중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의 '내년 빠른 경기회복론'에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상반기 성장률 4.0%와 하반기 성장률 4.7%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일각에서 한은의 낙관적인 경기판단을 비판하고 나설 경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기논쟁이 가열될 수 있다.

○유가급등시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한은은 내년 경상수지를 20억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수출이 9% 늘어나고 수입은 9.4% 늘어나 소폭의 흑자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60달러로 예상한 배럴당 원유 수입단가가 높아지거나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오를 경우 경상수지는 내년에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에 교통요금과 의료보험수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집세마저 높은 상승세를 나타낼 경우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