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살아보겠다고 매일 대책회의에 매달리며 동분서주하는데 노조원들은 회사의 경영난은 나몰라라 하며 연일 정치 파업에 나서는 회사.'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환율과 경쟁 업체의 견제 등으로 해외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서는 노조가 '정치 파업'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현대차의 현주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해외 판매를 총괄하는 최재국 사장과 김용환 부사장(해외영업본부장)을 비롯한 해외 영업 담당 임원들을 해외로 급파했다.

이들은 해외 시장을 직접 점검하고 판매량 증대 방안을 강구하라는 긴급 지시를 받고 출장길에 올랐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도 지난 4,5일 이틀 연속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위기 상황 타개책 강구에 나섰다.

정 회장은 다음 주에도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장들을 불러들여 대책회의를 연다.

이처럼 현대차의 서울 양재동 본사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울산,아산,전주공장 노조원(주간조)들은 이날 점심을 먹은 뒤 곧바로 퇴근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파업하라는 노조의 지침 때문이다.

잔업 거부 2시간을 합치면 총 10시간의 근무시간 가운데 6시간 일손을 놓았다.

상당수 노조원들도 싫어하는 '정치 파업'이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노조가 파업에 매달리는 동안 현대차의 경쟁력은 급속도로 약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수출 비중이 70%를 웃도는 현대차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졌고 '원고-엔저' 현상마저 심화해 세계 곳곳에서 도요타 등 일본 경쟁 업체에 밀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가장 큰 적은 도요타가 아니라 강성 노조"라면서 "노조가 변하지 않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