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 4일 본부장급 이상 임원 30여명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연말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원화 강세와 내수 부진 등으로 국내외 판매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연간 판매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악재 속 목표 달성 희망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외 시장에서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해외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초에 비해 무려 8%가량 하락,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했다.

원화 가치가 크게 상승한 반면 엔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여 미국 시장에서는 도요타의 가격이 현대차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마저 일어났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는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 7월 4만7205대를 정점으로 8월 4만4635대,9월 3만3384대,10월 3만479대,11월 2만8417대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보다 낮아졌고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인도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수시장 침체가 계속된 데다 노조의 장기 파업이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월과 7월 조업일수 기준으로 21일간 파업을 한 것을 비롯해 총 32일간 파업을 벌여 11만3614대의 생산 차질과 1조5694억원의 손실을 냈다.

환율 하락과 노조 파업 등 이중고 속에 현대·기아차는 당초 410만대였던 올해 판매 목표치를 390만대로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악재 속에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내수와 수출을 합쳐 현대차 241만6626대,기아차 121만1854대 등 총 362만8480대를 판매했다.

연말 프로모션 총력

12월 한 달을 남겨두고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달에 이어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에쿠스 등 주력 모델에 대해 일제히 가격 할인을 실시한다.

쏘나타 디젤 모델은 100만원,그랜저는 30만원,에쿠스는 200만원,아반떼와 쏘나타 가솔린 모델은 20만원씩 각각 할인해준다.

택시를 제외한 승용과 RV(레저용 차량) 전 차종에 대해서는 고객 맞춤 할부제를 운영한다.

차량 구입 후 1년간은 할부 이자만 내고 2년째부터 추가적인 원금 부담 없이 할부금을 내는 제도다.

현대차는 또 최고급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베라크루즈에 대해서는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계층을 중심으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18일과 19일 베라크루즈 동호회원들을 강원도 평창의 고급 펜션으로 초청,도자기 체험 행사와 통기타 공연을 즐기고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 '베라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달과 내년 1월에는 강원도 횡성의 성우리조트에서 베라크루즈를 전시하고 스키장 방문객들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한다.

기아차는 주요 차종에 대해 처음으로 중고차 가격 보장 제도를 실시한다.

기아차 차량을 구입한 후 30~36개월 내에 기아차를 다시 살 경우 회사측이 기존 차량을 새차 가격의 최대 50% 값에 되사준다.

대상 차종은 모닝 프라이드 쎄라토 로체 스포티지 쏘렌토 카렌스 등이다.

경영진은 해외 시장 챙기기

해외 시장 챙기기에는 경영진이 직접 나섰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7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열린 유럽지역 전략 차종 씨드의 양산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기아차는 내년에 10만대를 판매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10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연간 60만대의 씨드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미국과 슬로바키아 공장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모두 8차례나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은 9월 인도,10월 미국 조지아,11월 슬로바키아 등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공장을 차례로 방문,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