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남성일색' 박력 응원단에 난리가 났다.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도하 시내 카타르스포츠클럽 풋볼스타디움.
북한과 일본이 2006 도하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을 치르는 현장이었다.

2승의 일본은 비겨도 8강에 올라가고 조 2위 북한(1승1무)은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상황.
본부석 반대쪽에 자리잡은 북한 응원단은 가슴을 졸였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선수 잘∼한다."

다소 촌스러운 응원 구호가 귓전을 때렸다.

무채색 계통의 셔츠를 맞춰입은 듯한 북한 응원단은 지난 달 30일 시리아와 첫 경기보다 규모가 세 배쯤 불어 500여명이나 됐다.

카타르에 북한 출신 상주 인구는 거의 없다는 게 주 카타르 한국대사관의 설명이다.

카타르에는 북한의 재외공관조차 없다.

인근 쿠웨이트 주재 대사관이 영사 업무를 대행한다.

그렇다면 어디서 나타난 북한 응원단일까.

쿠웨이트에 있는 인력 송출업체를 통해 건설수요가 많은 카타르로 보내온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미녀 응원단'이 유명한 북한이지만 이번엔 전원이 '박력'으로 무장한 남성 응원단인 까닭이다.

북한의 홍영조가 첫 골을 프리킥으로 차넣고 곧바로 일본에 동점골을 내줘 팽팽하던 경기는 후반 18분 '북한의 지단' 김영준이 절묘하게 감아찬 프리킥 한 방으로 끝났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알리 알바드와위 주심이 종료 휘슬을 울리는 순간 북한의 2-1 승리와 역전 8강행이 확정됐다.

순간 관중석에 있던 북한 응원단은 너나 할것없이 그라운드로 뛰어내려왔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경기장 운영요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부리나케 달려들었지만 환희에 젖은 북한 응원단의 행동을 저지할 수 없었다.

광고판 옆으로 뛰어든 북한 응원단은 승리의 주역 김영준을 헹가래쳤고 선수들과 응원단이 마구 뒤엉켜 얼싸안았다.

열기가 너무 뜨거워지자 보안요원들이 투입돼 내려온 응원단을 다시 스탠드로 올려보냈다.

북한 근로자들은 풀쩍풀쩍 뛰어올라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지난 해 3월 북한 관중은 평양에서 열린 독일월드컵축구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그라운드 난동을 피워 다음 일본전을 제3국 무관중 경기로 치러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고 그라운드가 정돈돼 이어진 중국-오만전은 별 탈없이 열렸다.

북한은 8강에 진출했지만 그라운드는 우승 분위기였다.

(도하=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