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번에는 북한 축구가 '도하의 기적'을 이뤄냈다.

도하의 기적이란 1993년 10월 한국이 극적으로 미국월드컵축구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나온 말이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북한을 3-0으로 이겼지만 일본이 이라크를 이기면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상황이었다.

일본이 후반 막판까지 이라크에 2-1로 앞서 '거의 탈락했다'는 소식을 접한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온 순간 이라크가 경기 종료 17초전 동점골을 뽑았다는 전갈이 왔다.

갑자기 펄쩍펄쩍 뛰던 축구대표팀의 모습은 아직도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바로 그 경기장이 도하 시내 카타르스포츠클럽이다.

7일(이하 한국시간) 북한이 이 경기장에서 비슷한 기적을 이뤄냈다.

북한은 도하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 했던 반면 일본은 비겨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몰리면 더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는 북한축구는 김영준의 짜릿한 프리킥 한방으로 일본을 침몰시켰다.

주인공이 한국에서 북한으로 바뀐 걸 빼면 장소도 같고 희생자가 일본이란 점도 같았다.

50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이 흥분을 이기지 못해 그라운드로 뛰어내려온 게 이해될 만한 '사건'이었다.

(도하=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