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시장에 '제네릭 전쟁'이 시작됐다.

다국적 제약사의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특허 의약품)의 특허가 속속 만료되거나 사실상 무효화함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제네릭 의약품(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제네릭 약품을 출시하는 국내 제약사 간의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제약 업계의 희비는 새롭게 출시된 제네릭 약품들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선전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는 실정이다.

한미약품이 먼저 전쟁의 불씨를 당겼다.

한미는 한국MSD의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명:피나스테리드)의 제네릭 의약품 '피나테드'를 이달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한미는 조만간 집중적인 마케팅을 전개,내년도 2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피나스테리드 계열 탈모치료제 시장에서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피나테드는 프로페시아보다 가격이 20% 이상 낮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 '제네릭 전쟁'…대형 오리지널藥 3개 특허 만료·무효
이 밖에 중외제약 드림파마 삼일제약 등 9개 제약사가 시장 참여를 준비하고 있어 탈모치료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제네릭 전쟁'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사노피아벤티스가 개발한 항혈전제 '플라빅스'.이 제품은 연간 판매액이 1000억원 내외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처방약 중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벌써부터 제네릭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여 왔다.

현재까지 식약청에서 플라빅스 제네릭 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곳만도 20곳에 달한다.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친 특허심판원의 특허무효 판결로 출시는 사실상 허용됐지만 사노피가 특허심판원의 판결에 항소를 제기하는 등 '에버그린 전략'(특허기간 연장 전략)을 구사,국내 제약사들은 제품 발매를 망설여 왔다.

그러나 참제약(세레나데)과 진양제약(크리빅스)이 최근 플라빅스 제네릭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설령 특허 소송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제네릭 시장을 선점하면 '득(得)'이 '실(失)'보다 크다는 판단에서다.

두 제약사가 첫 테이프를 끊음에 따라 동아제약 동화약품 대웅제약 등도 내년 초 플라빅스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오리지널-개량신약-제네릭' 간의 3각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애보트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연매출 232억원)의 특허가 내년 7월 끝나는 까닭이다.

우선 한미약품이 리덕틸과 성분이 일부 다른 개량신약 '슬리머'를 대항마로 내세울 예정이다.

슬리머는 2005년 개발됐지만 식약청이 "슬리머는 사실상 리덕틸의 제네릭"이라는 미국측의 통상 압력을 의식,허가를 미루는 바람에 제품 출시가 지연돼왔다.

한미 외에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리덕틸 제네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