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국내파'들의 송년 씀씀이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기업 등의 단체 행사와 일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급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예년과 다름없이 11월 중에 주요 좌석의 예약이 일찌감치 완료됐지만,대부분의 '동네 레스토랑'들은 단골 고객들이 급격하게 지갑을 닫는 바람에 손님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본격적인 연말 모임이 시작되는 오는 15일(금요일) 이후 예약률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 중국 음식점 도림은 15∼31일 예약률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공진화 롯데호텔 식음료팀장은 "연회장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고객 한 명당 예약 음식의 가격 역시 작년보다 10%가량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도 "겨울철 객실 패키지의 경우 프리미엄급(귀빈층)은 예약률이 90%에 육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태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게코스 가든',논현동 일식집 '가신',남산의 와인 레스토랑 '나오스 노바' 등 인지도가 높은 고급 음식점들에서도 연말 대목이 여전하다.

'게코스 가든'의 한 종업원은 "15일엔 금연석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신' 역시 같은 날 8개의 별실 중 한 곳만 비어있다.

반면 패밀리 레스토랑 등 가족 단위 고객이 중심인 '동네 레스토랑'들은 한결같이 "너무 조용한 분위기"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패밀리 레스토랑 관계자는 "12월로 접어들었는 데도 평월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15일은 지나봐야 구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의 양식당 '그랑구스또' 관계자는 "15일엔 창가쪽 좌석에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예약이 한가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급 음식점이 밀집한 청담동만 해도 까사델비노 같은 네댓 곳을 빼고는 나머지 음식점들은 '연말 대목'이 아닌 '연말 한파'를 절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중·저가 레스토랑들이 연말 예약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1인당 4만원 선에 집에서 연말 모임을 하도록 도와주는 '파티 케이터링' 서비스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식 대신 자택 등에서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송년 모임을 갖는 알뜰 지출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파티 케이터링 전문업체인 따피루즈 관계자는 "기업체 예약률이 줄고 일반 가정의 예약이 증가한 것이 올 시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연말 모임을 하려면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해 최소 1인당 5만∼7만원,여기에 술까지 마시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며 "갈수록 위축되는 경기 상황을 고려해 집에서 싸게 즐기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