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초 독일의 요한 프리드리히 베트거가 본격적인 자기 제작에 성공하기 전까지 유럽인들은 동양의 자기를 무척 동경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의 저장용 용기는 자기에 비해 조악한 수준인 주석유 도기가 대부분이었던 것.

중세 유럽에서 약제학이 발달하면서 사용된 허브,씨앗,시럽,알약,연고,연약,향신료 등 수백가지 약재들도 이런 주석유 도기에 보관됐다.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의 약항아리전'은 16~18세기에 약재 보관용기로 사용된 약항아리 100여점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품은 이 박물관 설립자인 한광호 한빛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이 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삼공 등 제약업체를 경영하며 40여년간 수집한 것들.

흰색의 불투명 유약을 바른 위에 주황,노랑,파랑 등으로 동·식물 문양이나 종교적 상징,수도원 문장,풍경이나 문자 등을 화려하게 채색한 점이 특징이다.

주전자처럼 부리와 손잡이가 달려 시럽을 담는 데 썼던 약항아리와 마른 약재를 주로 담았던 땅콩껍질 모양의 알바렐로,16세기 이탈리아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화려한 문양의 마욜리카,중국 청화자기를 모방해 흰 바탕에 푸른색 안료로 그림을 그린 네덜란드의 델프트 도기 등 다양한 약항아리를 선보이고 있다.

약항아리의 문양도 감상 포인트다.

항아리 몸체를 장식한 약재의 넝쿨이나 잎·열매,돌렌티노의 성 니콜라스나 성 도미니코수도회처럼 질병 치유력이 있다고 믿는 성인이나 약을 제조한 수도원의 문장 등을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내년 4월15일까지.

(02)2075-0114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