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조직은 없다.

내 아들(윤홍씨·28·GS건설 대리)이 앞으로 이 기업을 이끌지,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허창수 GS그룹 회장(58)이 투명경영,기업의 사회공헌 강화,소액주주를 포함한 일반주주와 고객 이익 위주의 경영 대세를 언급하면서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해 관심을 끌었다.

허 회장은 지난 8일 제주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속세 다 내면 (물려줄 게) 없다"면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아마도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상속과 관련해) 편법으로 하다가 문제가 되는 등의 일이 생길 것이다"며 상속세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2년간의 성과에 대한 자평을 묻자 "잘 했다고는 못하고,현상유지는 했다고 본다"고 짧게 답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투자 노력을 더하고 국민 고용 창출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이어 "그룹이 테이크오프(비상)할 수 있는 좋은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기업인수합병(M&A)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격적 M&A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나타냈다.

그는 그러나 "M&A 작업은 쉽지도 않고,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계열 분리 당시 LG그룹과 중복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약속이 M&A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허 회장은 GS칼텍스의 합작 파트너인 GS와 칼텍스의 관계를 부부 사이로 비유하며 "합작사업은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서로 끊임없이 양보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력인 GS칼텍스 등 장치산업의 자산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자본쏠림현상'이 심한 것은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소비재 서비스 분야에 M&A를 포함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 방침도 거듭 강조했다.

허 회장은 "내년 국내 경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부족한 것을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투자와 관련,"주유소 사업은 이미 진출해 있고,앞으로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씨 일가가 공동 투자한 중국 파라자일렌 공장에 대해서는 "LG그룹과의 계열분리 전 신속한 투자 결정이 필요해 개인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며 "현재는 별 어려움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당장 그룹에 편입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 1년 만에 송년회 겸 기자간담회를 연 허 회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기업관 등 자신의 경영철학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기업이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면 "주주들에게 잘하고,투명하게 경영하면 된다"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이어 "대주주 위주로 경영이 이뤄지다 보면 투명경영을 하기 힘들다"며 순수 지주회사 출범에 따른 GS그룹의 '투명경영 우위론'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허 회장은 "이사회를 자주 하고,오너 최고경영자가 100% 참석하는 등 열의를 보이면 투명경영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자신의 '투명경영론'을 소개했다.

제주=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