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在祐 < 아주그룹 부회장 kjwoo@aju.co.kr >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네/나는 나는,다른 이들이 좀처럼 가지 않은 길로 갔지/그 다음 모든 것이 달라졌다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원제 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몇 년 전,위기에 빠졌던 기업의 회생 작업을 진행하던 무렵부터다.

예비지식도 없고,지인(知人)도 전혀 없던 회사에 나는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부임했다.

대화와 설득으로 조직에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기 위해 나는 다단계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었다.

윗사람의 의중(意中)을 물어보려는 결재 절차를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문제를 생각하고 대안을 찾아보도록 대폭적으로 권한을 위임했다.

수천개의 거래처를 버리고,소수의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유통구조를 혁신한 결과 엄청난 비율로 발생하던 거래 부실을 예방하고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그러나 거의 정반대 방향으로 회사의 체질을 바꿔가던 과정을 싸늘한 눈길로 쳐다보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나는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독감에 싸였다.

40년의 유장한 역사에다 같은 업계의 대명사에 가까울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회사를 혹시 엉뚱한 길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이때 나는 프로스트의 시를 읽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위로해 줄 만한 든든한 동반자로 맞이했다.

2007년의 엄청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900원대를 위태롭게 하는 달러 약세 환율은 수출 3000억달러의 위업을 달성했다는 기쁨보다 이를 극복할 준비에 여념이 없도록 만들고,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열되고 있는 주택 버블 논쟁,특히 대선(大選)이 치러지는 내년은 정부의 관리 능력 취약으로 인한 예상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 쏠려 있다.

이러한 불투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가보지 않은 길로 떠나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란 우리가 이미 경험해온 익숙한 길이 아니라 전혀 다른 길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 위해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기보다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해보려 한다.

항상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다름'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준히 조직문화를 바꾸어 나가야겠다.

이제 다른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외로움이나 두려움이 아닌,관심과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겠다.

조직원들이 '다름'을 수용하는 능력,즉 이문화(異文化) 수용 능력을 키워서 어제와 다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