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방학 때 전년 대비 참가자들이 두 배가량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방학 캠프시장이 올 겨울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캠프들이 우후죽순 식으로 난립한 데다 지금까지 자녀들을 중.저가대의 여러 캠프에 보냈던 학부모들이 고가 캠프 한두 곳에만 집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비싼 참가비를 받는 고급 캠프만 살아남는 등 캠프시장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10일 문화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인 국제청소년문화협회(이하 청소년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개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있는 캠프운영업체의 수는 12월 현재 2500곳이다. 지난해 12월보다 1000개가 늘어났다. 올 겨울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 관련 업체들이 캠프 프로그램을 대거 신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방학 캠프 참가자들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크게 줄어 지난 겨울 시즌의 70% 선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녀들을 캠프에 보낸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이 '제대로 된 한두 곳만 보내자'는 생각으로 참가 캠프 수를 크게 줄이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생긴 것. 프로그램 공급업체의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올 겨울 캠프당 참가인원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김병진 청소년협회 팀장은 "겨울방학 캠프 첫 번째 기수 모집이 마감된 시점에서 주요 업체들의 회원 모집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캠프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진 데다 주5일 근무제 확대로 아이들이 어지간한 체험학습은 학기 중에 다 했기 때문에 방학 캠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절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해외 영어캠프 등 장기간의 고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늘어나면서 중저가대의 국내 캠프 참여학생 수가 줄어들었다"며 "역사가 짧거나 지명도가 떨어지는 캠프들이 특히 곤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캠프업계가 위축되고 있지만 해외 영어캠프를 포함한 고가 프로그램은 사정이 다르다. 가격이 비쌀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가 캠프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 실내 학습이 주를 이뤄 2박3일 기준으로 20만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됐던 예절캠프의 중에서는 강사진의 수준을 높이고 기간을 5박6일로 늘린 데일카네기리더십캠프가 인기다. 이 캠프의 가격은 92만원에 달한다.

3박4일에 17만~25만원 수준인 '해병대식 극기 캠프'도 비싼 상품에 고객이 몰린다. 리더십교육을 더하고 기간을 하루가량 늘린 해병엘리트사관학교의 프로그램의 경우 참가비가 43만원으로 업계 평균의 두 배가량을 받는다. 중저가 캠프의 대명사였던 천문과학캠프의 경우 5박6일짜리 일본 천문과학캠프를 내놓았다. 참가비는 국내 캠프의 9배 수준인 178만원이다.

최근 트렌드에 대해 청소년협회에서 어머니캠프감시단 활동을 하고 있는 하현덕씨는 "품질이 높은 상품을 비싸게 받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리더십 등 간단한 교육 프로그램을 덧붙인 후 가격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부 고가 프로그램이 전반적인 캠프의 참가료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