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는 비언어극이자 코믹활극이다. '난타'의 무기가 소리였다면 '점프'는 몸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죄다 고수지만 제멋대로이던 무술집안 식구들이 도둑과 싸우면서 가족애를 확인한다는 줄거리. 내용은 간단하지만 배우 전원이 공중돌기 등 고난이도 동작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친다.

대사가 없어도 내용은 쉽게 이해되고,무대는 소박해도 눈 앞에서 이뤄지는 뛰어난 기술은 긴장 속에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2003년 서울 정동 세실극장에서 시작한 뒤 길 건너 파이낸스센터 식당가와의 연계 마케팅 등으로 관객을 모았다. 외국뮤지컬 VIP석이 10만원 이상 할 때 식사비 포함,5만원이었다.

그렇게 애쓰며 국내외로 무대를 넓힌 결과 지난 9월 서울 종로 2가에 전용극장을 만들더니 며칠 전엔 영국 왕실이 주관한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에 초청돼 찰스 왕세자 부부로부터 찬사를 받았다는 소식이다. 내년 봄엔 영국 런던에서 공연하고,9월부터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2000년대 들어 공연장은 늘어나고 관객 또한 급증했다. 뮤지컬 시장 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다는 마당이다. 그러나 국내 무대는 값비싼 해외뮤지컬 혹은 번안물 투성이다. 올 연말만 해도 예술의전당(돈 쥬앙) LG아트센터(에비타) 샤롯데(라이온킹) 등 대형극장은 그런 작품들이 차지했다.

뮤지컬은 어려운 장르다. 춤 노래 연기 대사가 모두 잘돼야 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제작비는 엄청나다. 창작 뮤지컬의 제작 및 히트가 쉽지 않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외국 뮤지컬의 경우 노래에 우리말 가사를 붙이면 리듬이 맞지 않아 '아버지 가방에(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식이 되기 일쑤다.

'점프'의 해외 진출은 그런 점에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점프'와 '난타'는 어쩌면 비언어극이어서 유리한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비언어극으로 대극장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모쪼록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보다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장기공연될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