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인천 청라지구 등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촉발시킨 이른바 '무늬만 공공택지'에도 원가연동제와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적용하려던 관련 법의 연내 개정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특히 내년에는 대선 정국 등으로 국회가 정상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무늬만 공공택지의 고분양가와 부동산 투기 등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건설교통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개발하면서도 공공택지에 포함되지 않은 도시개발구역 등에 대한 고분양가 논란을 막기 위해 주승용·이영순 의원 등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5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 사실상 연내 입법화는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무늬만 공영개발' 왜 문제인가


서울 은평뉴타운을 비롯해 마곡지구,인천 청라·영종지구 등의 경우 공공기관이 민간 토지를 수용해 개발하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원가연동제 및 분양권 전매 제한(5~10년)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주공,토공 등이 개발하는 공영개발 방식이면서도 도시개발사업이나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이라는 이유로 택지개발지구·국민임대주택단지 등 분양가 규제를 받는 공공택지에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분양 예정이던 은평뉴타운의 경우 SH공사가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 선에 책정해 공공기관이 되레 고분양가를 부채질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더욱이 내년 이후에도 △서울 강일·마곡·천왕지구(도시개발사업) △인천 청라·영종지구(경제자유구역) 등이 잇따라 분양될 예정이어서 현 상태로는 고분양가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1·15 대책에서 공공기관이 수용 방식으로 개발하는 택지개발사업은 사실상 모두 공공택지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정치권에서도 주승용 의원(열린우리당),이영순 의원(민주노동당) 등이 이 같은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해 연내 처리키로 했지만 아직 국회에 상정조차 안돼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내년에도 장담 못해

더욱 큰 문제는 내년에도 이 법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끼어 있는 해여서 국회가 정상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상임위원회마다 법안이 산적해 있어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사업 시행자인 토지공사가 주택법이 조만간 개정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14일부터 신청을 받는 공동주택용지(2단계)에 대해 원가연동제·분양권 전매 제한 적용 등의 단서를 달아 추첨제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어서 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 법적 소송 등 파행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 영종지구 역시 내년 말 택지 공급을 앞두고 있어 법 개정 시기에 따라 비슷한 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원가연동제 적용 기준도 변수

이들 무늬만 공공택지에 대한 원가연동제 적용 기준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원가연동제 적용 기준을 '사업승인일'이 아니라 '택지공급일'로 할 경우 법안 처리 지연으로 규제를 비켜가는 단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가연동제 적용 기준 시점을 택지 공급 시점으로 할지,아파트 사업시행인가 시점으로 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시장 여건과 택지 성격에 따라 적용 시점을 탄력적으로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