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IT코리아 언제까지 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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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화웨이 부스에 뭐가 있길래 저리 붐비나. 최근 홍콩에서 열린 'ITU 텔레콤 월드'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화웨이 부스에 관람객이 몰려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화웨이는 대표적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한국으로 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업체다. 이번 전시회에 IP멀티미디어시스템(IMS)을 내놓고 '세계 최초의 고정이동융합(FMC) 솔루션'이라고 자랑했다. 한국이 올해 상용화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기술도 시연했고 휴대인터넷 와이맥스 기술도 선보였다.
화웨이 뿐이 아니다. 하이얼,ZTE(中興) 등 다른 중국 업체 부스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이얼은 당돌하게 삼성전자 바로 옆에 부스를 차려놓고 기술을 뽐냈다. 마치 '삼성에 꿀릴 게 뭐 있냐'는 식이었다. ZTE는 아예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세계 최강'이라고 선전했다. CDMA는 한국이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동통신 기술이다. 그런데 ZTE는 CDMA 기술을 40개 국가에 수출했다고 자랑했다. LG텔레콤이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차세대 기술 'CDMA1x 리비전A'도 선보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3년마다 여는 'ITU 텔레콤 월드'는 'IT 올림픽'으로 불린다. 각국 IT기업은 전시회와 포럼이 함께 열리는 이 행사에 참석,최신 기술을 공개하고 IT산업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실무자보다 최고경영자(CEO)가 타깃이란 점도 일반 전시회와 다르다. 이 행사가 ITU 본부 소재지(스위스 제네바)가 아닌 곳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이번 행사를 둘러보고 중국의 추격을 새삼 절감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하다고 알려진 IT분야에서도 중국에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한편으론 추격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에 세계 최초로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 이동통신 기술을 시연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기술도 널리 알렸다.
그런데 귀국 직후에 접한 소식은 답답했다. 방송·통신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란 사람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단다.
방송·통신 융합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관둬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이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퇴출된다. 대표적 융합 서비스로 꼽히는 인터넷TV(IPTV)의 경우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 'ITU 텔레콤 월드'를 주관한 홍콩 정부는 행사 내용을 현장에서 IPTV로 중계했다. 그런데 한국은 법제 정비가 안돼 아직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VK 등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도태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IT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르다. 국제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졸면 죽는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길을 터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방송·통신 융합을 거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졸 건가.
김광현 IT부장 khkim@hankyung.com
화웨이 뿐이 아니다. 하이얼,ZTE(中興) 등 다른 중국 업체 부스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이얼은 당돌하게 삼성전자 바로 옆에 부스를 차려놓고 기술을 뽐냈다. 마치 '삼성에 꿀릴 게 뭐 있냐'는 식이었다. ZTE는 아예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세계 최강'이라고 선전했다. CDMA는 한국이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동통신 기술이다. 그런데 ZTE는 CDMA 기술을 40개 국가에 수출했다고 자랑했다. LG텔레콤이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차세대 기술 'CDMA1x 리비전A'도 선보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3년마다 여는 'ITU 텔레콤 월드'는 'IT 올림픽'으로 불린다. 각국 IT기업은 전시회와 포럼이 함께 열리는 이 행사에 참석,최신 기술을 공개하고 IT산업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실무자보다 최고경영자(CEO)가 타깃이란 점도 일반 전시회와 다르다. 이 행사가 ITU 본부 소재지(스위스 제네바)가 아닌 곳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이번 행사를 둘러보고 중국의 추격을 새삼 절감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하다고 알려진 IT분야에서도 중국에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한편으론 추격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에 세계 최초로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 이동통신 기술을 시연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기술도 널리 알렸다.
그런데 귀국 직후에 접한 소식은 답답했다. 방송·통신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란 사람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단다.
방송·통신 융합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관둬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이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퇴출된다. 대표적 융합 서비스로 꼽히는 인터넷TV(IPTV)의 경우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 'ITU 텔레콤 월드'를 주관한 홍콩 정부는 행사 내용을 현장에서 IPTV로 중계했다. 그런데 한국은 법제 정비가 안돼 아직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VK 등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도태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IT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르다. 국제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졸면 죽는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길을 터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방송·통신 융합을 거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졸 건가.
김광현 IT부장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