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이르면 18일 재개될 전망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동결을 계기로 회담이 좌초한 지 1년여 만이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선언 이후 13년째 점증해온 북핵 위기의 해결책이 나올지 초미의 관심이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상황이라 협상 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렵다.

중국이 제시한 16일을 18일로 바꾼 북한은 날짜가 촉박하다는 이유를 달았으나 택일에서부터 협상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술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회담장에 나와 얘기하라"

중국이 연내 재개를 밀어붙였다.

회담 재개에 어렵게 합의했으나 해를 넘기면 그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중국 논리다.

지난달 말 베이징 북·미 접촉 직후만 해도 연내 재개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미국은 알맹이 없는 협상은 하나마나라며 북한에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이를 번복할 수 없게 핵재처리시설을 폐쇄하며,국제원자력기구(IEAE)의 사찰을 받아들여 핵포기 의지를 먼저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에선 당시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해야 핵 포기 여부를 논할 수 있다고 맞선 후 지금까지 입장 변화가 없다.

그러나 중국이 "일단 회담장에 나와서 이야기해보라"며 양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은 북한에 가 있다

회담 예상 일정은 3~5일간이다.

북·미 간 불신이 최대로 쌓인 상태에서 재개되는 회담인 만큼 양자 간 신뢰 형성이 급선무다.

북한은 9·19공동성명이 타결된 직후 방코델타아시아(BDA)계좌 수사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증거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뉴질랜드 방문 중 밝힌 대로 미국이 최근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북한의 결단이 중요하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APEC에서 저와 만났을 때 세 가지 안전보장이라든지 또는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서 서명할 수 있다',평화체제나 관계정상화라든지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공이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요구조건 늘어날 듯

이번 회담의 목표는 지난해 합의된 9·19공동성명을 소생시켜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주변국의 에너지 지원,안전보장,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얻게 될 것이라고 명시해놨다.

그러나 이번엔 북한이 핵 실험까지 한 상황이라 더 많은 요구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우리 측 북핵 협상단은 무력감이 팽배했던 지난 1년여에 비하면 일단 회담이 재개된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부담은 어느 때보다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이 성과를 못 내면 6자 회담의 역할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