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대표팀에 뛰고 있냐고요? 마지막 발악입니다."

'돌아온 갈색 폭격기' 신진식(31.삼성화재)은 다시 전성기를 맞은 듯 했다.

11일(이하 한국시간) 2006 도하아시안게임 남자배구 8강 이란전에서 후인정(현대캐피탈)과 함께 한국대표팀의 최고참 듀오인 신진식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와 특유의 유연한 강타로 한국의 4강행을 책임졌다.

주포 이경수(LIG)와 나란히 17점을 뽑아냈고 결정적인 순간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도 곁들였다.

무엇보다 서브 리시브를 왼쪽에서 거의 도맡다시피 하면서도 이만큼 포인트를 뽑았다는 게 놀랍다.

1세트와 승부를 결정지은 4세트에서 첫 포인트는 항상 그의 몫이었다.

신진식은 배구대표팀 11년 차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고질적인 부상과 수술, 재활을 거듭해온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도 '이젠 소속팀에 전념하겠다'며 후배들에게 태극마크를 양보했다.

하지만 배구계 일각에서는 그런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배구 프로화와 맞물려 대표팀은 뒷전으로 하고 잇속만 챙긴다는 비난까지 있었다.

마침 신진식이 빠지고 나서 한국은 올림픽 예선에서 이란에 덜미를 잡혔다.

그리고 올림픽 본선 티켓도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신진식은 경기 직후 인터뷰 첫 머리에 '발악'이라고 했다.

2년 전 대표팀에 진 빚을 갚겠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상대가 이란이었으니 딱 들어맞았다.

그는 "후인정, 장병철 등 몇 명을 빼면 대표팀 동료들이 모두 까마득한 후배"라면서 "그럴수록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느낌이 확 온다.

수비를 하나 해도 그렇고, 때릴 때도 꼭 정확하게 꽂아야만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호철 대표팀 감독은 "신진식이 쉽지 않은 첫 경기에서 수비를 책임져준 덕분에 플레이가 풀렸다"고 칭찬했다.

이세호 KBS 배구 해설위원은 "그는 한 마디로 전사다.

11년 전 폭격기가 아직도 뛰고 있다면 누가 믿겠느냐"고 했다.

수직 점프 동작을 반복하는 배구는 선수 수명이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1998년과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은, 금메달을 차례로 따낸 신진식은 목표가 무엇이냐고는 묻지도 말라고 했다.

(도하=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