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인 김갑훈씨(46).저녁 때만 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이럴 때마다 꺼내 보는 게 1년 전 매입해 놓은 시골 땅 사진.그곳에다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낚시로 소일하며 여생을 보내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새해가 되면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 직접 집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김씨와 같이 직장을 떠나면 전원에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사람이 날로 늘고 있다.

농림부가 지난 6월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6.3%가 '은퇴 후 농촌지역으로 이주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중 41.4%는 실제 이주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직접 전원주택을 지을 경우 부지 확보에서 조경,그리고 마을 주민과의 친밀성 확보까지 적어도 2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준비 없이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도시민은 지방자치단체가 한창 건설 중인 전원마을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동농장에서 소일거리 제공

정부가 지자체와 연계해 조성하는 전원마을의 가장 큰 장점은 신뢰도와 경제성이다.

우선 일반 전원주택 단지와 달리 부도가 날 가능성이 극히 적다.

또 도시민을 유치,지역 공동화를 막기 위해 지자체가 상하수도·도로·전기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입주비용이 저렴하고,최소 20가구 이상으로 구성된 '단지' 형태여서 생활비도 절약된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도시민 은퇴마을'은 강원·충청·경상·전라도 등 전국 22곳에 퍼져 있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강원 평창군 '비안마을'로 8만2000여평에 총 800가구가 들어선다.

경북 봉화군의 부랭이마을(561가구)과 충남 금산군 천내마을(497가구) 등도 대단지 전원마을이다.

전원마을이 다양한 일자리와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용작물이나 채소 등을 재배하는 공동농장에 가입하면 소일거리와 함께 적은 돈이나마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노후 건강을 위해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을 갖추고 요가 서예 사교댄스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곳도 있다.

농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어촌 종합포털(www.nongchon.or.kr)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에 총 2500억원을 투입,각 지자체와 연계해 전원마을을 대대적으로 조성해 도시민의 안정된 정착을 도울 계획이다.

◆착공 및 완공시기는 확인해야

도시민이 전원마을에 입주하면 양도세를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얻게 된다.

도시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전원마을 주택을 매입한 후 기존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특례조항 덕분이다.

다만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읍·면 지역에 소재하는 주택을 2003년 8월1일~2008년 12월31일 취득해 3년 이상 보유한 뒤 기존 주택을 파는 조건이다.

또 면적은 대지 200평,전용 45평 이내여야 하고 취득 당시의 기준시가가 7000만원(양도 당시엔 1억원) 이하여야 한다.

전원마을 주택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방 2~3개에 조그만 텃밭을 갖고 있어 분양가가 최소 8000만원에서 2억원을 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비과세 기준인 7000만원을 넘어도 시골의 경우 기준시가가 시세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호화 별장 형태를 제외하고 대부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농림부 농촌정책국 송남근 사무관의 설명이다.

전원마을에 입주할 때는 건축비에 대해 가구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 5년 거치(이자만 내는 기간) 15년 상환 조건으로 연 3~4%대의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원마을 조성부지가 농지일 경우 농지 전용(轉用)에 따른 농지보전부담금 감면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실제 입주 때까지 여유를 갖고 준비하는 게 좋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지자체 전원마을의 경우 입주자를 모두 모집한 다음 한꺼번에 구역지정을 받아 개발하는 방식이어서 경우에 따라 착공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입주비용 및 생활비 △자녀 등 가족과의 거리 △은퇴 후 취미생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