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炳三 < 연세대 교수·경제학 >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로드맵)이 지난 주말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여 동안 표류해오던 노사로드맵이 입법화를 눈앞에 두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고 하겠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사관련 법안은 정부안에 비해 노동계 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유예는 복수노조와 함께 3년씩 유예키로 노·사·정(勞·使·政)이 정치적으로 합의한 사안인 만큼 그렇다 치더라도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와 대체근로 허용 관련 사안들을 살펴보면 노동계의 입김에 휘둘렸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당초 정부안은 항공 혈액 폐수처리 증기·운수공급업 등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추가키로 했으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반발에 밀려 폐수처리와 증기·온수업이 대상에서 빠졌다.

파업이 일어났을 때의 대체근로와 관련해서도 이를 전면 허용토록 했던 정부안을 무시한 채 파업참여 인원의 50%까지로 축소했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직권중재를 할 수 없도록 하면서, 이런 식으로 사업장 범위를 줄이고 대체근로를 제한해도 되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노동계의 파업,특히 필수공익사업장 파업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불편과 피해를 입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발생한 전력노조,지하철노조,의료노조 파업 같은 것만 돌이켜봐도 그 폐해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이런 파업은 한결같이 중노위(中勞委)의 직권중재에 의해서야 해결되곤 했던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나머지 파업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는 법안을 마련하려 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노사로드맵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이 드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이라면 이름 그대로 노사화합과 기업경쟁력 강화,나아가 나라경제 활성화(活性化)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지,단지 개혁을 위한 개혁에 그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앞으로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노조편향적인 내용에 대해선 반드시 수정·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