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핸드볼을 했다는 게 창피하네요"

윤경신(33.함부르크)은 1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인도어홀에서 열린 카타르와 도하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 준결승에서 28-40으로 진 뒤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25년 이상 핸드볼 인생을 살아온 윤경신에게도 이날 경기처럼 노골적인 편파 판정은 처음이었다.

윤경신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경기도 있을 수 있네요.

지금까지 핸드볼을 해 온 게 창피합니다"고 말했다.

1990년 베이징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서만 4개의 금메달을 따낸 '백전노장' 윤경신은 이번 대회에도 어김없이 대표팀에 뽑혔다.

이제 태극마크를 뗄 때도 됐지만 중동 심판의 편파 판정을 우려한 대한핸드볼협회는 다시 윤경신을 불렀다.

다만 소속 팀 경기 일정 때문에 예선 및 본선 조별리그에서는 뛰지 못하다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도하에 합류했다.

윤경신은 현재 유럽컵에 올라 있는 소속팀이 지난 10일 폴란드 프로팀 블록과 8강 원정경기를 하는 바람에 경기를 마치고 폴란드에서 곧바로 넘어왔다.

피곤할 법도 했지만 윤경신은 선발로 출전했다.

심판들이 윤경신만 겨냥해 휘슬을 불어대는 바람에 제대로 뛰지도 못했지만 203㎝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가톤급 중거리포를 수차례 날리며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12점 차 패배. 윤경신은 "오늘 같은 경기는 10명이 싸워도, 핸드볼 신(神)이 와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상대와 닿기만 해도 2분 퇴장을 주는데 13m 뒤에서 공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경기 전 편파판정으로 인한 실점을 10점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우리는 20점 이상을 이기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오늘 심판의 편파판정은 실점 10점 정도가 아니라 100점 정도였다"고 했다.

윤경신은 이어 "아직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어린 후배들이 많아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에 임했는데 미안하게 됐다"며 "그나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특히 이성을 잃지 않고 잘 참아준 것이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년간 뛰어온 독일 굼머스바흐에서 함부르크로 이적한 윤경신은 마지막으로 "2008년 6월까지 계약을 했기 때문에 체력이 닿는 한 뛰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와 지도자 생활을 밟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도하=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