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S램에 이어 LCD까지 줄줄이 조사받거나 제소돼

삼성전자가 '카르텔'의 늪에 빠져 세계 첨단제품 시장 평정이라는 목표 실현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와 LCD 등 핵심 분야에서 선진 외국의 경쟁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하는 삼성전자가 최근 잇따라 카르텔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다른 나라의 법원에 제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와 미국 법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LCD 업계가 과거 LCD 제품의 가격 인상과 물량 제공 등을 담합한 혐의를 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미국이나 일본 등 각국의 공정경쟁 당국과 공조해 전 세계 업체를 대상으로 동시에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3분기 세계 LCD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25%를 기록할 정도로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세계 LCD 시장은 한국이 45%, 대만이 40% 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업체는 뒤를 잇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CD 업계는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한국업체가 전체 매출의 44.8%를 차지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AUO, 치메이 등 대만 업체들이 42.7%로 추격하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는 3분기 32억4천900만 달러의 LCD 매출을 기록해 전체 업계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렸고 LG필립스LCD는 27억7천940만달러, AUO는 20억6천370만 달러, 치메이는 5억6천660만 달러 등 순으로 매출을 올렸다.

일단 삼성전자는 "카르텔 조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며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조사 여부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지만 최근 D램, S램 등 반도체 분야에서 카르텔 혐의로 조사받고 이번에는 LCD 분야에서도 가격 담합 논란을 겪게 돼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에는 소니 등 10개 S램 반도체 업체들과 함께 1998년 S램 반도체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를 받고 미국 법원에 제소됐고,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독일 법인도 S램 가격 담합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1999-2002년 D램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 정부로부터 3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간부 3명이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확대될수록 카르텔 논란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국제 사회에서 갈수록 엄격해지는 반독점 규제와 처벌에 대비하려면 GE 등 미국 기업들처럼 자체적인 '반독점법 준수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하는 등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