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것을 내놓고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팬택계열 박병엽 부회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창업자로서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경영권도 채권단에 모두 위임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 91년 서울 신월동 작은 사무실에서 자본금 4천만원, 직원 6명으로 무선 호출기(일명 삐삐) 사업으로 출발해 매출 4조원, 수출 20억달러의 `신화'를 만들어냈던 박 부회장은 "16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단 한번 실패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나는 빈손으로 나가도 좋다"고 강조했다.

단 한번의 실패에 대해 박 부회장은 "지난 2005년 국내 내수시장에서의 출혈경쟁과 자가 브랜드 수출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투자와 이에 따른 수익간의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추진한 구조조정과 공급계약의 결실이 나타나는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금융권에 기업개선작업을 공식 신청한 이유는.

▲한시법이던 구조조정촉진법이 없어지면서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되면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기업개선 작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여기저기서 자금을 회수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7개월 사이 금융권 여신이 1800억원이 축소되고 3분기에만 4천억원 가량을 갚았다.

소문에 의해 유동성 위기를 맡게된 상황이다.

지금 현재 수출은 자재가 없어 어려울 지경인데 자금이 안돌아간다.

그래서 기업개선 작업을 요청하게 됐다.

일단 부채상환 유예가 필요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팬택계열이 살 수 있다.

-기업개선 작업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은.

▲세계적인 회계평가 전문기관인 미국의 리만 브라더스, KPMG 등을 통해 1년반동안 팬택계열의 향후 사업계획서를 평가받았다.

이들이 아주 보수적인 접근법으로 재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금융권을 설득, 아주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채권단은 팬택이 2008년과 2009년에 흑자전환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농협 등 채권 금융기관들은 과거처럼 `비오는 날 우산 빼았아가는' 식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 가치가 있는 기업은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구조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의 호의에 대응한 팬택의 자구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

▲팬택은 이미 채권단에 회사 소유 유가증권, 상암DMC(디지털미디어센터), 공장 기계장치 등을 모두 담보로 제공했다.

내 개인 주식도 담보로 제공했다.

팬택계열이 확보한 수주물량도 제공했다.

팬택계열은 그동안 구조조정, 급여삭감, 상여금 반납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금융권이 팬택계열은 기업가치와 자구노력 등을 인정해 종전과 다른 회생프로그램을 인정해줄 것으로 본다.

-제2금융권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나.

▲제2금융권 여신은 회사채 6천억원, CP 1천600억원이 있다.

부채는 1조5천억원이지만 이중 6천300억원이 장기채이다.

올 12월과 내년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CP는 350억원이다.

나머지는 다 분산돼 있다.

어려웠던 3분기에도 CP 2천억원을 갚았다.

금융기관이 실사를 벌인 뒤 출자를 통한 지원을 한다면 CP상환을 위한 채권발행도 가능하다.

이는 결국 건실한 기업을 지키고 채권도 살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채권단에서 경영권 등을 문제삼을 수 도 있지 않나.

▲창업자로서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경영권 등 모든 것을 채권단에 위임하겠다.

빈 손으로 나가도 좋다.

만약 팬택계열이 붕괴되면 그 몫을 LG전자나 삼성전자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대만이나 중국업체가 이득을 볼 뿐이다.

기업개선 작업을 통해 하이닉스, SK글로벌, 현대건설, 대우건설, LG카드 등 건실한 기업들이 모두 살아났다.

팬택계열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다.

-팬택계열이 일시적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면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 근거는.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회생이 가능하다.

기존의 해외수출 전략을 대폭 수정, 미국의 싱귤러와 버라이즌과 같은 대형 이동통신사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됐다.

일본의 KDDI와 멕시코 등에도 확실한 시장을 만들어놓았다.

이는 동일한 제품으로 여러 사업자에게 공급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르는 연구비용과 인건비가 절감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스카이가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SK텔레콤에만 판매해오던 스카이가 이제 LG텔레콤과 KTF에도 공급할 수 있게 됐고 생산물량도 과거 SK텔레텍 시절 85만대 제한물량을 넘어 판매하는 경험을 쌓은 상태다.

-한번의 실패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지난 2005년 지나친 내수 경쟁을 들 수 있다.

큐리텔이 국내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하는 등 신생기업의 기적이라는 칭찬까지 받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800억-900억원이 깨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리점 수수료를 줄이고 수익성 있는 구조로 바꿔놓았다.

또 자가 브랜드로 해외수출을 추진하면서 많은 마케팅 비용이 투입됐고 투자회수 기간도 상당히 길어졌다.

6개월 정도의 시간지체가 있었다.

이 때문에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변경해 대형 이통사 위주, 멕시코 등 중남미, 일본 등의 시장을 집중화했다.

팬택이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셈이다.

16년만에 처음으로 실패를 했는데 (회생)기회를 한번 더 줄 수 있지 않나.

모든 것을 내놓더라도 기업가치를 지키겠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