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주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생적으로 생기는 외국인 마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국적이 40여개국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자기들끼리 모여 살거나 고국 음식.상품을 구할 수 있는 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 외국인 마을은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도록 하는 중요한 관광자원이어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에 반해 외국인임대주택 차이나타운 등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외국인 마을은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만 14곳 생겨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은 "외국인 마을은 그나라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주거형 외국인 마을'과 자국 국민끼리 정기적으로 모여 문화를 공유하고 상권을 형성하는 '외국인 문화마을'로 나눌 수 있다"며 "외국인 16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서울은 급격히 다문화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시엔 14곳의 외국인 마을 또는 외국인 거리가 있다.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서래마을(서초구 반포4동),일본인이 집단거주하는 리틀 도쿄(용산구 동부이촌동),독일 커뮤니티(용산구 한남동 독일인학교 주변),이탈리안 커뮤니티(한남동 이탈리아문화원 주변) 등은 선진국 시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외국인 마을은 지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서래마을이 있는 반포4동의 최형재 동장은 "프랑스 전통 식품과 술을 파는 업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동네라는 이미자가 생기면서 집값 상승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윤형호 연구위원은 "관광객과 외국자본 유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외국인 마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족 옌볜거리(구로구 가리봉동),러시아.중앙아시아거리(중구 광희동 동대문운동장 인근),몽골타워(광희동의 10층짜리 건물),이슬람권 사람들의 중심지(이태원 이슬람사원주변),나이지리아거리(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뒷골목),네팔촌(종로구 숭인동.창신동),필리핀거리(종로구 혜화동 성당 인근) 등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생긴 신흥 외국인 거리다. 이 밖에 리틀 차이나타운(서대문구 연희동 화교학교 주변),중국거리(종로구 효자동 중앙 우체국 뒷골목),인도커뮤니티(인도대사관 내 안나푸르나) 등도 규모는 작지만 해당국가 국민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서울 이외지역의 경우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인천 중구 선린동 차이나타운,경남 남해군 독일인마을(지자체 조성) 등이 유명하다.

지자체 조성한 곳 썰렁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시티에 만든 외국인 임대단지(175가구)는 준공 두 달이 지났는 데도 텅텅 비어 있다. 앞서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특별 분양된 아파트 80가구 중 74가구도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는 임대료.분양가가 너무 비싸거나 외국인의 관심을 끌 만한 주거 여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자체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던 일산 차이나타운,전주 차이나타운,군산 차이나타운 등은 지지부진하거나 백지화됐다. 그럼에도 서울 마곡지구,경기도 평택.파주,경남 남해 등에서 외국인 주거단지 건립계획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관광업계에선 수요예측도 제대로 안된 외국인 마을을 새로 조성하는 것보다 외국인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적재적소에 저절로 형성된 외국인 마을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