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신용카드를 교체하려고 해당 카드사에 연회비가 비슷한 다른 신상품을 문의했다. 자신이 쓰던 카드가 미국의 '마스터카드사'와 제휴된 상품이어서 김씨는 이번에도 마스터카드를 발급받길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스터카드와 제휴한 신상품은 거의 없었고 새로나온 카드는 대부분 미국의 '비자카드사'와 제휴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비자 제휴 카드 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마스터 제휴 카드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현재 국내 6개 카드사가 발급한 비자 제휴카드는 모두 2748만3000장(유효 카드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마스터카드는 593만4000장으로 집계됐다. 3432만9000장인 국내외 겸용카드 중 비자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를 넘었고 마스터카드의 비율은 17% 정도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비자카드 수가 마스터카드보다 4배 이상 더 많은 셈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면에서는 비자카드가 마스터카드보다 30%포인트 정도 앞서있다.

이처럼 비자카드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이유는 마스터카드보다 수수료(분담금)가 낮기 때문이다. 비자나 마스터 브랜드가 찍힌 국내외 겸용카드를 사용할 때는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사와 마스터카드사에 고객이 결제한 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비자카드는 국내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지만 마스터카드는 0.01%를 받고 있다. 또한 해외 결제액의 수수료율면에서도 0.03%인 비자카드가 0.184%인 마스터카드보다 6배가량 싸다.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도 비자카드가 마스터카드를 앞서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에게 비자나 마스터 제휴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10명 중 8명이 비자카드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자카드는 주식회사인 마스터카드와 달리 모든 회원사들로부터 받은 분담금으로 공동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장성빈 비자코리아 이사는 "분담금의 65%를 회원사와의 공동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자카드가 현지화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승리는 예견돼 있었다는 게 대부분 국내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마스터카드는 미국에 있는 마스터카드 인터내셔널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는 데 반해 비자카드는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23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 이사 중 4명이 한국 카드사 임원들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내년 이후 비자카드가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로 전환하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져 비자와 마스터 간의 점유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