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때마다 항상 차가 막혀 시간이 없는 승객들에게는 차라리 연신내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독립문까지 온 다음 다시 버스로 갈아타라고 권유할 정도입니다."

고양시 삼송역과 성남시 복정역 구간을 운행하는 471번 버스운전사 김일성씨는 "지금은 겨울이라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북한산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봄 가을에는 통일로 전체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은평구를 지나 파주시 임진각에 이르는 통일로는 무악재부터 구파발까지의 구간이 교통정체로 유명하다.

특히 내부순환도로와 통일로가 만나는 홍은고가는 악명이 높다.

지난 11일 오후 교통 상황이 가장 좋은 한낮의 대중교통 사정도 다를 게 없었다.

오후 2시5분 서울역을 출발한 701번 버스가 2시16분 홍은고가에 이르렀을 때 반대편 차선에는 자동차가 300여m 가까이 정체돼 있었다.

버스는 삼송역까지 35분이 걸렸다.

전용차로를 이용한 덕분이다.

차고지에서 만난 한국비알티(버스회사)의 장석준 삼송사업소장은 "도로확충이 추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일로는 은평뉴타운 입주만 시작돼도 엄청난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며 "대체로 없는 통일로는 정말 대책없는 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평뉴타운과 삼송지구,지축지구의 입주 때는 통일로가 '불통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송역 인근 삼송공인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은 땅값 보상에 신경 쓰느라 아직까지 교통 문제를 따져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서울 중심부로 가는 방법이 통일로와 지하철밖에 없는 상황이라 매우 염려된다"고 털어놨다.

택시운전을 하는 성호진씨는 삼송지구가 생겨도 구파발역에서 서울 쪽으로는 차로가 확장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는 "걱정이다"는 말을 연신 되뇌었다.

"삼송역에서 서울시청까지 15km 내외인데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는 최소 1시간20분이 걸립니다.

손님들이 가자고 해도 경기도 택시라 서울을 갈 수 없다며 우회적으로 거절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삼송역 인근 귀빈주차장 문경초 사장은 "통일로 외에 대체 도로가 없으면 아파트 입주자들은 지하철만 이용하란 말이냐"고 황당해 했다.

이날 오후 6시.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타니 불광역 녹번역 홍제역 등에는 퇴근하는 차들이 어김없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500m 정도 늘어선 자동차 행렬은 예사였다.

버스기사에게 차가 많이 막힌다고 하자 "오후 7시 이후에는 더 끔찍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버스승객 임모씨는 "그나마 버스를 타면 서울역까지 40~5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서 "은평뉴타운과 삼송동 사람들은 이 길을 평생 버스만 타고 다니라는 뜻인가 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