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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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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趙東根 <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최근 행복과 추억이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행복 두부''행복 콩나물'이 나오더니 '추억의 도시락'도 유행이다. '삶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는 반증(反證)이다. 풍성해야 할 세밑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가? 참여정부 4년의 '화려한 약속'이 '우울한 성과'에 극명하게 대비(對比)되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될 듯 싶다.

    지난달 밀턴 프리드먼이 별세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언제,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통화주의' 이론을 구축한 거장이지만,'큰 정부'가 초래한 비효율과 폐해를 비판함으로써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을 되살린 실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선택의 자유와 창의성이 사회발전의 원천이라는 소신으로,정부 간섭을 당연시하는 '시장개입주의'에 맞서 자유시장의 가치를 복권(復權)시키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대한 미덕은 재산과 부(富)의 축적이 아닌,시장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넓히고 발전시키며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고 설파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도덕적 기반을 공고히 하였다.

    프리드먼은 "정부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즉 부자의 희생에 기초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는 허구"라는 '바스티에'의 정의를 인용했다. 이때 빈자(貧者) 쪽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속해 있거나, 아니면 빈자의 경계를 이동시켜 이들을 다수로 만들면,빈자를 돕는 것은 사회적으로 당연시된다. 여기에 정부의 선량한 의도를 믿으려는 일반 대중의 심리를 조장하면,정부의 역할은 '심판자'가 아닌 '맏형'(big brother)으로 바뀌게 된다. 정부 역할의 변화는 국가의 성격도 바꾸게 된다.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서비스 국가'에서 특정 계층으로의 소득재분배에 치중하는 온정적 '가부장적(家父長的) 국가'로 변모시킨다.

    그러나 가부장적 국가에서는 세금을 내는 사람은 물론 수혜자마저 행복하지 않기 쉽다. 이들은 자신의 '수혜 자격'은 정당하며 아직도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믿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난이 '청구 권력'이 되는 사회,국가에의 의존이 타성화된 사회에 경제 활력(活力)이 북돋워질 리 없다. "자비로운 정부보다 차라리 나쁜 시장이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화려한 약속,우울한 성과"는 큰 정부의 모순에 대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고였던 것이다.

    우리 경제의 '우울한 성과'는 '큰 정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여정부가 표방한 "도덕적이고 온정적이며 일하는 정부"는 큰 정부의 3박자를 고루 갖춘 것이다. 이성에 기초를 둔 정부조직을 통해 시장을 관리함으로써 윤리적이고 이상적인 사회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설계주의' 그 자체였다. 기득권 위주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성장과 분배의 새로운 틀을 짜는 '화려한 약속'이 이어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균형 발전,분배 개선,중소기업 보호,복지 확대,사회적 약자 보호 등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화려한 약속은 "이념 과잉,정치 과잉,정부 과잉,설계주의" 등으로 실패 요인을 이미 배태(胚胎)하고 있었다. 예컨대 규제를 통해 정부가 출자 등 기업의 사(私)영역에 관여하면서 기업 활력을 높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투자 저하와 저성장의 구조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빈곤층 양산,양극화 심화,복지수요 확대,국가채무 증대 등의 문제가 파생된 것이다.

    참여정부는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 했던 계층을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빠지게 한 이유를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도덕적 가치와 경제체제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사회가 책임지도록 한다면 도덕적 가치는 설정될 수 없다. 실패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실패도 귀중한 자산이다. 실패에서 배울 때 우리 경제의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발전은 실패의 산물일 수 있다.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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