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을 비롯해 영화 건축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고,지금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그리트는 영국의 록 그룹 '비틀스'에게 창조적인 영감과 도전정신을 불어넣어 준 것으로 유명하다.

마그리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과'는 비틀스의 창조적 음악 스타일을 상징하는 로고로 선정됐고,당시 음반회사 이름까지도 '애플 레코드'라고 붙였다.

미국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앨범 재킷 디자인에도 마그리트의 작품 '강간'의 이미지가 차용됐으며,가수 폴 사이먼은 마그리트에 대한 내용을 가사에 담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1억여명의 관객을 동원,7억38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 '매트릭스3'는 마그리트 작품 '겨울비'에서 예술적인 영감을 받았다.

'스미스 요원'은 자기 복제를 통해 여러 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모습으로 연출됐다.

또 미술품을 주제로 다룬 영화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의 클라이맥스 장면 역시 마그리트의 대표작 '인간의 아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 미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또 어떤 사물의 이름을 상품·서비스 브랜딩에 그대로 활용해 서로 다른 감각을 결부시키는 '공감각적 아트 마케팅'의 '원조'로 주목받고 있다.

SK를 비롯해 LG,수협 등은 다양한 광고에서 마그리트의 작품을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의온라인 음악서비스인 '멜론은 멜론이 아니다'는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와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를 차용한 것.LG전자의 휴대폰 광고 문안 '초콜릿은 초콜릿이 아니다'도 마찬가지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상이 눈앞에 없어도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광고야말로 마그리트 작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마그리트의 삶과 미학을 다룬 진중권씨의 '미학오딧세이'와 김영하씨의 '빛의 제국' 등은 교양서적으로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마그리트가 생전에 "나는 나의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듯 모든 작품에 작가의 사고가 녹아 있는 것이 특징.최근에는 주요 대학 논술고사에까지 마그리트가 등장했다.

2003년 연세대 논술시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이미지의 배반'에 담긴 작가의 문제의식을 도출하라는 문항이 출제됐고,2004년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는 '피레네의 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기업들의 신입사원채용 면접시험에서도 마그리트의 미학에 대한 질문이 심심찮게 나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