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픈 데다 아줌마라서 잘 못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죽을 각오로 뛰었어요."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인도어홀에서 끝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을 29-22로 꺾고 한국 대표팀의 5연패를 이끈 '일등공신'은 라이트윙 우선희(28·삼척시청·사진)였다.

한국은 이날 결승전에서 주전 대부분의 키가 180cm 이상인 카자흐스탄을 맞아 힘과 체격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빠른 패스와 뛰어난 개인기를 발휘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우선희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속공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가 속공에 나설 때는 한 마리 새가 날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우선희는 경기를 마치자마자 숨을 바쁘게 몰아쉬며 탈진한 모습이었다.

그가 기진맥진한 이유는 다름 아닌 빈혈.몸이 약한 데다 고교시절부터 빈혈 증세를 보여 계속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그처럼 몸이 아픈 상태였지만 5연패를 목표로 한 한국은 우선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주역으로 활약한 데다 2003년,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라이트윙 포지션에서 '베스트7'로 뽑힌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

대표팀에 합류하고 보니 자신은 '고참'이었다.

대표 16명 가운데 서열 4위.또 허순영(일본 오므론전자),허영숙(덴마크 콜딩)과 함께 '아줌마 3총사'였다.

우선희는 "솔직히 체력 부담이 컸지만 아픈 티와 나이 티를 안 내려고 더 열심히 뛰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우선희는 5경기에서 30골을 몰아 넣어 팀 내 득점 1위에 올랐다.

센터백이나 레프트,라이트백처럼 슈팅 찬스가 많지 않은 라이트윙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처럼 높은 득점력을 보이는 원동력은 바로 스피드다.

그는 속공 찬스 때마다 가장 먼저 뛰쳐 나갔다.

우선희는 "귀국하면 몸보신을 해야 할 것 같다.

체력이 달려 걱정이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꼭 걸고 싶다"고 말했다.

강태구 대표팀 감독은 "우선희가 2년 전 결혼하면서부터 빈혈이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며 "고참이지만 자신의 몸이 아파도 쉬지 않고 훈련에 참가해 온 예쁘고 사랑스러운 제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