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시장 판매가 잇따라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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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2007년형 차량의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아제라(국내명 그랜저)의 2007년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328달러 올렸다.
현대차는 지난 10월에는 쏘나타와 티뷰론의 2007년형 모델을 이전에 비해 각각 231달러,577달러 높은 가격에 출시했다.
투싼과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의 가격도 지난 8월 각각 439달러,1313달러 인상했다.
현대차의 잇단 가격 인상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도요타와의 가격차는 더욱 좁혀지고 있다.
2006년 모델을 기준으로 도요타 캠리의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동급인 현대차 쏘나타 가격은 87.3에 불과했다.
그러나 캠리의 2007년형이 나오면서 쏘나타의 상대적인 가격 수준은 91.2로 높아졌다.
이번에 현대차가 쏘나타 2007년형의 가격을 올림으로써 캠리와의 가격 차이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현대차의 투싼과 도요타의 RAV4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5년형 RAV4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2006년형 투싼 가격은 85.1이었으나 2006년형 RAV4가 나오면서 투싼의 상대 가격은 90.8이 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도요타가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고급사양을 추가하면서 비용이 늘어난 데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가격 인상 요인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소형차인 엑센트(국내명 베르나) 가격은 지난 9월 기준 1만2565달러로 도요타의 야리스(1만1925달러)보다 640달러나 비싸게 팔리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대차의 가격 인상 폭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 중인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9.2% 올랐다.
이에 비해 포드는 0.7%,도요타는 0.5%,혼다는 0.3%의 가격인상률에 그쳤고,닛산의 판매가격은 오히려 4.1% 떨어졌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같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정호 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가격을 올려야 손실이 회복되는데 이번 가격 인상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사양 변경 없이 환율 하락만을 이유로 자동차의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며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상황이지만 가격경쟁력 상실을 우려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게 현대차의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