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리더들은 올 한해도 귀를 쫑긋 세울 만한 화제의 말들을 쏟아냈다.

북한 핵실험에 이라크 전쟁,태국 쿠데타 등 골치아픈 사건들이 이어졌지만 재치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0월 초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가 정작 자신이 옷을 벗고 말았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신경질적 반응이 압권이었다.

그는 지난 8일 이라크연구그룹(ISG) 보고서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이라크 상황이 나쁘다.

이제 됐느냐?"고 쏘아붙였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지난 4월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이면 10명의 또 다른 빈 라덴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의 테러리즘은 서구 생활양식에 대한 시기심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며 한 말이다.

태국 쿠데타가 발발했을 당시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의 발언은 지구촌을 배꼽잡게 했다.

뉴욕 방문 중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그는 "올 때는 총리였지만 돌아갈 때는 실업자"라고 신세를 한탄했다.

지난 2월엔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사냥터에서 친구에게 총을 잘못 쏘는 사고가 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때 "체니가 내 유일한 지지자를 쏘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 오발사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원용했다.

체니가 다섯 달 뒤에 '러시아 민주주의의 후퇴'를 비난하자 푸틴은 "체니의 발언은 한마디로 그의 오발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달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존 케리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의 실언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케리 의원은 "공부 안하면 이라크에 파병돼 고생하게 된다"고 말해 수세에 몰렸었다.

로비계의 제왕 잭 아브라모프도 지난 3월 미국 검찰에 구속되면서 멋진 말을 남겼다.

"나는 자신을 살해한 킬러"였다고….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