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관행에 익숙한 사람과 조직은 본질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변화는 두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변화의 과정이 너무나도 길고 힘들며 결과마저 예측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할까.

'21세기형 변화경영자 CEO 모세'(베른하르트 피셔 아펠트 지음,엄양선 옮김,뜨인돌)는 오랜 광야의 유랑을 거쳐 '약속의 땅'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을 인도한 성경 인물 모세로부터 변화경영의 지혜를 알려준다.

모세야말로 인류 사상 최초의 변화경영자라며 저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최소한 12개 이상의 지파로 구성된 다양한 사람들을,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험하고 척박한 광야의 온갖 궁핍과 불편함을 이기고,무서운 적대자들로부터 공동체를 지켜내면서,난무하는 우상숭배와 투쟁하고 온갖 분란과 비도덕적 관습을 타파하면서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으로 이끌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모세는 선택된 민족이면서도 이집트에서 가망 없는 노예생활을 하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떠나자'는 변화의 길을 제시한다.

이집트왕의 추격을 피해 홍해를 가르고 탈출했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척박한 광야의 환경과 기나긴 기다림뿐….이런 상황에서 모세는 거대한 변화의 시나리오에 따라 히브리인들을 바꿔나간다.

변화를 위한 모세의 방법은 확인,확신,행동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는 남에게 명령하지 않고 먼저 변화에 뛰어들었으며(확인),변화를 이겨낼 공동체의 상징(성막과 십계)을 만들어냈고,타인에게 위임하되 함께 실천(행동)했다.

모세는 변화를 필요악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또한 변화를 강요하지 않고 유목문화를 통해 이스라엘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를 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우리는 노예로 살아갈 사람들이 아니라 신이 선택한 백성"이라며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로부터 변화의 자부심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모세의 여정에서 저자는 변화의 가능성을 전달하는 예언자,새로운 도전 앞에서 그룹의 정체성을 이끌어내는 사제,일을 규정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왕의 역할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포르쉐,보쉬,지멘스 등 독일기업들이 어떻게 '모세의 방식'으로 변화경영을 이끌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200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