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11·15 대책 한 달 만인 15일 추가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공공 아파트에 이어 민간 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통해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원가연동제)를 민간 주택에까지 확대하고 환매조건부 분양제를 내년에 시범 도입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은 '특단의 조치'로 평가되지만,주택 공급 위축 등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도 클 것으로 보여 제도 도입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부동산 대책반 총괄 부서인 재정경제부가 그동안 민간 아파트는 원가연동제 확대 등 직접 규제보다는 간접 규제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해오던 것과 정면 배치한다는 점에서 당정 및 관련 부처 간 조율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날 "원가연동제 확대와 환매조건부 분양에 대해 계속 반대 입장을 펴왔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공공 및 민영 아파트는 분양가가 택지비와 매년 건교부가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를 합한 금액을 넘지 못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그렇지만,엄밀하게 말하면 택지비와 표준건축비 변화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원가연동제'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원가연동제가 민간 주택에까지 확대되면 '고분양가→주변 집값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억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민간 주택 공급이 위축돼 시장이 일시적 혼란에 빠질 우려도 크다.

건설업체로서는 분양가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 수익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경부와 건교부가 그동안 원가연동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것도 이 같은 측면을 우려해서다.

D건설 관계자는 "분양가는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지만,주택의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 마감재 직접 선택 '마이너스 옵션제'

마이너스 옵션제란 주택건설업체 등이 아파트 골조 공사와 미장 마감 공사까지만 하고,나머지 내부 인테리어는 입주자들이 선택해 시공토록 하는 것이다.

여당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호화 외장·마감재를 억제해 분양가를 낮추는 동시에 소비자가 마감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건교부는 마이너스 옵션제는 분양가 인하 효과보다는 주택의 질을 떨어뜨리고 무자격 인테리어 업체가 난립할 우려가 높아 입주자가 개별적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우려가 있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또한 마감재 공사 후에도 하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데다 가구별로 시공할 경우 소음 등 민원 발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문권·김태철 기자 mkkim@hankyung.com

■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 논란

환매조건부 분양제는 아파트 토지와 건물을 시세보다 싸게 분양하는 대신 살던 집을 팔 때 반드시 주택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만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되파는 가격은 분양 가격에 적정 이자율을 감안해 공공기관이 정한다.

아파트를 싸게 공급하는 대신 시세차익을 개인이 갖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최초 분양자가 시세차익을 얻는 '판교식 로또'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열린우리당은 환매조건부 분양제도가 시범 실시되면 지금보다 절반은 아니더라도 40% 정도 분양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 조정 등 11·15 부동산 대책으로 25% 가량 분양가가 인하되는 데다 토지와 건축물을 원가로 공급하는 환매조건부(10%)와 마이너스 옵션제(7∼10%)로 20%까지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은 15일 "열린우리당에서 제안하고 있는 환매조건부 분양제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이 주택을 공급할 때 토지 조성 비용과 건축비 가격만을 더해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뜻"이라며 "지난 11·15 대책으로 신도시 분양가가 25%+α가 낮아지는데 환매조건부를 도입하면 추가로 10% 이상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용적률 상향 폭이 미흡한 신도시라 할지라도 마이너스 옵션제로 7% 정도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최소 35% 정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당·정은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어 실제 공급가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환매조건부 분양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 이계안 의원은 분양가격을 현재 시세보다 30∼50%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환매조건부 분양은 토지 원가와 순수한 공사비용에 국공채 수준의 수익을 붙여서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아파트 가격의 구성 요건을 보면 땅값하고 건물값인데 건물가격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만큼 분양가는 결국 토지 조성 원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땅값이 싼 지역이나 국유지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를 시세의 50% 정도 낮출 수 있으며,토지비가 비싼 지역도 30% 가량 분양가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환매조건부 주택은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임대주택과 큰 차이가 없어 얼마나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약점으로 꼽힌다.

건교부도 이런 측면을 수차례 강조해왔으나,여당의 압박에 밀린 것으로 추정된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전무는 "시세차익을 배제한 주택이라면 국민임대주택이나 기존 전세보다도 유인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