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요즘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아침 출근과 함께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개 주요 도시의 온도를 날마다 체크하고 있다.

'서울 8.5도,부산 3.2도,광주 12.1도 대구 8.7도….'

전국에 설치된 사랑의 체감 온도계가 가리키는 눈금은 아직 신 총장이 원하는 만큼 올라가 있지 않다.

하루빨리 100도를 훌쩍 넘었으면 한다.

전국이 이웃사랑으로 설설 끓어 어려운 이웃의 한겨울 추위를 단번에 녹여줬으면 하고 말이다.

신 총장은 이달 초 '사랑의 체감온도탑' 제막과 함께 시작된 '희망 2007 이웃사랑 캠페인'을 벌이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동모금회 입장에서는 매년 이맘 때가 가장 중요합니다.

농사로 치면 한해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추수의 계절이라고 보면 됩니다.

올 농사도 대풍이 들어 이웃과 함께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해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신 총장은 "남은 임기(3년) 동안 이웃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며 "이를 위해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이 어릴 때부터 나눔의 행복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정동 사무실에서 신 총장을 만나 올해 모금활동과 함께 향후 공동모금회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사무총장으로 일하신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향후 공동모금회 운영 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지난 6개월은 공동모금회가 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시기였습니다. 지난 10월부터 매월 12일을 '나눔의 날'로 제정해 나눔문화가 확산되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이웃사랑 공모전 개최,청소년 사회봉사 캠프 마련,나눔문화 교재 개발 등 각종 교육사업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과거의 주먹구구식 지원에서 보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배분방식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열매에는 무슨 뜻이 담겨있나요.

"세 개의 빨간 열매는 '나''가족''이웃'을 의미하며 붉은 색은 사랑의 마음을 상징합니다. 그 열매를 하나로 묶은 것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이루자는 뜻이죠. 사랑의 열매는 1970년 초부터 이웃사랑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으며 우리나라 야산에서 자라는 산열매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올해 모금 목표액이 1614억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460억원이 모금돼 사랑의 체감 온도계가 29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내년 1월 말까지 목표액 1614억원이 모두 채워지면 온도계는 100도를 가리킨다) 올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다소 걱정은 됩니다만 우리 국민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현재의 열기로 봐 30% 초과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모금액은 주로 어디에,어떻게 쓰이나요.

"모금된 돈의 약 15%는 편부모 아동,빈곤 아동,장애 아동 등 어린이를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장애인 노인 여성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지역네트워크사업 등도 지원합니다. 연간 2만건이 넘는 복지사업을 돕고 있습니다. 요즘 빈곤 계층의 경우 야간근무를 하는 가정이 많아 이 경우 아이들은 집에 그냥 방치되기 일쑤여서 이들을 위한 야간 보호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성금배분은 매년 5월 공모를 통해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로부터 신청서를 접수한 후 복지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배분분과실행위원회에서 공정성 효율성 투명성의 원칙 아래 배분심의과정을 거쳐 이뤄집니다."

-이웃돕기 성금모금과 관련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공동모금회의 경우 지난 8년간 기업 기부는 20배 이상 성장한 반면 개인 기부는 4배 늘어났습니다.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기부 문화가 좀 더 확산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나눔'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도록 말이죠. 사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풀뿌리 나눔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익의 사회환원에 인색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금액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도 기부를 가장 많이 한다는 월마트의 경우 지난 1년간 1억1980만달러를 지출했지만 같은 기간 삼성그룹은 4억5200만달러(약 4751억원)를 사회공헌활동에 썼습니다. 일본 기업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죠.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은 매출의 0.37%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지출해 0.1%를 쓴 일본 기업보다 높습니다."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스웨덴에서는 중도우파가 좌파연합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복지모델을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파의 승리 요인은 사민당에 비해 훨씬 더 '실천적인' 사회복지방안을 내놓은 데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실업수당을 대폭 줄이는 대신 직업훈련 비용을 늘리는 쪽으로 복지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거죠. 무조건 실업수당을 주는 게 아니라 자립을 통해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는 곧 생산적 복지로의 진화를 의미합니다."

-최근 양극화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양극화라는 용어에서는 가진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묻어납니다. 어느 사회에서든지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죠. 이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사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양극화 해법은 상위 계층을 눌러 양극간을 좁히는 게 아니라 인센티브를 통해 하위 계층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월급의 일정액을 매달 기부하는 '한사랑나눔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한경과의 파트너십을 맺은 지난 10월 이후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0년 처음 시작된 이 캠페인에 그동안 150여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한경과의 파트너십을 맺은 10월 이후 두 달 새 20개가 더 늘어났으니 과히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봐야죠. 12월 중에도 대우증권,기업은행 등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특히 한경의 경우 캠페인 홍보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를 통해 나눔문화를 선도하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총장님은 한 해에 얼마나 기부하시나요.

"공동모금회 직원들과 함께 한사랑나눔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월급의 2%를 기부하고 있고 그 외 다른 민간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어 월급의 상당 부분이 기부금으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언니인 신낙균 민주당 부대표와는 자주 연락을 하는지요.

"예 자주 봅니다. 얼마전에는 김장 김치를 가져다 줘 잘 먹고 있습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언니 덕분에 매년 김장걱정은 덜고 있습니다." (웃음)

정리=김수찬·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