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해(丁亥)년은 60년 또는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민간속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 해에 태어나는 아기는 '재물운이 있고 일생을 편안하게 산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붐'에 이어 7년 만에 '황금돼지 베이비붐'마저 예고된다.

국내 역학자들은 그러나 이에 대해 '근거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어 논란도 있다.

황금돼지해의 속설은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내년 우리나라 출산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도 출산 증가율이 올해보다 적게는 4~5%,많게는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민간 속설이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황금돼지띠 아이를 낳겠다'고 나서는 부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갓 결혼한 부부들이 이러한 붐을 주도한다.

무엇보다 올해는 '쌍춘년'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결혼 특수까지 생겼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접수된 혼인신고 건수는 총 25만63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만7134건보다 3.7% 증가했다.

예비부모가 1만쌍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기존 부부들도 출산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산부인과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 임신 관련 상담이나 진료와 예약이 늘어나는 것에서 뒷받침되고 있다.

분당 차병원은 올 10월 이후 임신과 관련해 산과를 찾은 고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장스 여성병원 장중환 원장은 "산모들의 진찰 건수가 지난달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울여성병원 조리원 관계자는 "올 들어 예약 상담을 받은 이래 이달에 가장 많은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며 "내년 1월 예약 건수는 이달보다 30%나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모아조산원은 "산전관리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임산부가 올초에는 주 10명 이내였으나 이달 들어 주 15~20명 정도로 최고 두 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황금돼지해 출산붐 전망은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붐(즈믄둥이)과 매우 닮았다는 분석이다. 당시 일부 부모들은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기 위해 출산시기를 일부러 늦추거나 결혼시기를 앞당기기도 했다.

그 결과 2000년 출생아 수는 63만7000명으로 전년도 61만6000명보다 3.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밀레니엄 베이비 등 출산붐이 있었던 해에 태어난 '복덩이'들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꺼번에 많이 태어나다 보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대학교 입학 등에서 높은 경쟁률로 인해 오히려 불이익도 예상되기 때문.실제로 밀레니엄 베이비로 태어난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내년도 서울 소재 사립초등학교의 평균 경쟁률이 2.2 대 1로 지난해(1.9 대 1)보다 높았다.

성동구의 한 사립초등학교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김모군(7)의 어머니 권모씨(38)는 "경쟁률이 4.5 대 1이나 됐다"며 "축하를 받고 태어난 아이가 오히려 손해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한편에서는 황금돼지해인 내년에 출산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반대로 출산을 늦추겠다는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